세계3대 문학상의 하나인 맨부커상을 한국인 작품 `채식주의자`가 받았다. 한국인 최초로 받은 큰상으로 문학계와 서점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2004년에 소설로 발표되어 2009년 `청소년 관람불가`로 영화로 제작되었으나 큰 흥행은 없었고, 소설은 십여 년 후인 지금에 와서 빛을 본 것이다. 어릴 적 육식과 관련된 트라우마를 입은 한 여인이 폭력을 거부하기 위해 극단적인 채식을 통해 육체를 침몰시키며 죽음으로 정신적 자유를 갈망하는 내용이다.
내용을 보면 주인공이 꿈에 나타난 영상(피가 흘리는 날고기를 먹는 자신)에 사로잡혀 육식을 멀리하자 채식만의 식단으로 인한 남편과의 갈등이 시작되고 남편은 처가 사람들을 동원해 아내의 이러한 이기적인 행동을 말리고자 시도하던 중 장인이 강제로 아내의 입에 고기를 넣으려 하자 자해를 하게 된다. 결과는 육식거부에서 시작해 식음을 전폐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는데 한 여성이 자신을 가정과 가족 그리고 사회에서 속박시키는 모든 관습과 선입견에 따른 폭력에 저항하는 과정을 다뤘다고 볼 수 있다.
처제의 엉덩이에 남아있을 지 모르는 몽고반점을 상상하며 변태적인 남성만의 욕망을 느끼고 있던 영상예술가인 형부는 이혼한 처제인 주인공을 모델로 쓰게 되고 결국 형부와 온몸에 꽃그림을 그리고 불륜을 저지르게 된다. 그 현장을 언니에게 들키고 정신병동에 입원하게 되나 깊어지는 병으로 나무가 되는 꿈을 꾸자 그 나무가 되기 위해 모든 음식도 끊는다. 결국 육체는 서서히 허물어져 가지만 정신은 오히려 무언가로의 해방과 자유를 향한 갈망을 멈추지 않는다. 현대사회 속 인간의 속박된 삶의 세계가 얼마나 많은 유무형의 폭력과 갈등 그리고 일그러진 성으로 얼룩져 있는지를 세상에 표출한 작품이라 하겠다.
`워낭소리` 또한 2009년에 개봉한 영화다. 워낭은 소나 말의 턱 밑에 매어 놓는 방울을 뜻한다. 농경사회에서의 소는 최고의 재산이고, 최선의 농기구이며,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경북 봉화의 어느 산골에 80평생 땅을 지키며 소만 바라보고 소만 챙기는 농부할아버지와 소만 챙긴다고 섭섭함을 느끼는 할머니, 그리고 오랜 세월 할아버지와 함께한 늙은 소 누렁이가 있다. 워낭소리는 30년 동안의 누렁이와 할아버지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다큐멘터리로 노인 부부와 일 소의 마지막 몇 년간을 주제로 삼았다. 평생 땅과 호흡해 온 최 노인은 대개 소의 수명은 15년 정도인데 무려 마흔 살이나 된 일소 누렁이와 30여 년 동안을 함께 하고 있다. 귀가 어두운 노인이지만 누렁이의 희미한 워낭소리만은 알아듣고 불편한 한 쪽 다리를 절룩이며 소 먹일 풀을 베기 위해 매일 산을 오른다. 소 역시 제대로 서지도 못하면서 노인이 고삐를 잡으면 산 같은 나뭇짐도 마다 않고 나르며 노인의 손발이 되어준다. 몸이 불편한 무뚝뚝한 노인과 늙고 무덤덤한 소, 이 둘은 인간과 동물의 환상적인 동반자인 것이다. 어느 날 소가 일어나지 못하자 수의사 진찰결과 누렁이는 늙음으로 오래 살지 못 할 거라는 말에 할아버지는 누렁이가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도록 곁에서 지켜주다 소가 숨을 거두자 장례를 치러주면서 이 영화는 끝난다. 실제로 누렁이가 죽고 4년 후 노인도 세상을 뜨자 누렁이 곁에다 함께 묻어 장례를 치렀다.
채식주의자는 삶의 속박에서 벗어나려고 극단적인 육체적 파괴를 통해 죽음으로 영혼의 자유를 갈망하였고, 워낭소리는 자신을 낮추며 자연과 동물과 교감을 이루며 서로를 배려하는 동반자로 함께 생을 마감하였다. `주역`의 겸괘(謙卦) 단사(彖辭)에 “겸손은 높고도 빛난다(謙尊而光)”라고 적고 있다. 자신을 낮춤으로써 그 삶은 더욱 풍요롭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깊어질 것이다. 자신의 삶을 이기심에서 나와 긍정적으로 통제하지 못하면 비극적인 결말에 이른다. 부정과 긍정, 삶에서 무엇을 선택할지는 자신에게 있다. 생각이 행동을 낳고 이 행동이 운명을 결정짓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