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간다. 정말 “드디어”다. 2014년부터 준비했다. 비록 교육청은 인정해주지 않는 학교이지만, 교육청의 매뉴얼대로 겨울방학마다 영하 30도를 훌쩍 넘는 몽골을 사전답사 차 다녀왔다. 그리고 해마다 5월에는 2차 사전답사를 갔다. 지난 2년 동안 어린이날, 어버이날은 필자에겐 다른 나라 이야기였다.
아이가 정성스럽게 만든 카네이션은 항상 시간이 지나고서야 사막 바람이 훑고 지나간 필자의 가슴에서 피었다. 필자의 부모님은 카네이션 하나 없는 빈 가슴으로 어버이날을 보내야 했다. 그렇게 지난 2년 동안 필자는 몽골에서 1월과 5월을 보냈다.
하지만 번번이 몽골로 가는 비행기는 이륙하지 못했다. 2014년에는 세월호 참사가, 2015년에는 메르스 참사가 몽골로 가는 비행기를 붙잡았다. 비록 아쉬움이 컸지만, 그 아쉬움보다 더 큰 슬픔 앞에서 비행기 티켓 취소에 대한 망설임은 조금도 없었다. 그런데 굳이 필자가 망설이지 않아도 되었다. 왜냐하면 평소에는 학교 취급을 안 해주던 교육청이 국가적 참사(慘事)가 일어나면 팔을 걷어 부치고 교육 활동에 간섭을 하니까.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교육청이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을 정말 끔찍이도 생각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를 정도로 교육청은 학교 교육활동에 입을 대었다. 그런데 그것이 혹시나 모를 일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세상 사람들은 너무도 잘 안다.
정말 삼세판 끝에 이제는 간다. 누군가는 우스갯소리 말한다. 19대 국회가 끝났으니까 갈 수 있다고. 임기를 마친 19대 국회를 평가하는 언론들의 공통된 단어는 `법안 1만 건 폐기, 역사상 최악의 국회`이다. 17대 국회에서는 3천172건, 18대 국회에서는 6천301건의 법이 폐기 되었는데, 19대 국회에는 1만7천여건의 법안이 발의가 되었고, 그 중 통과된 법은 고작 8천13건이라고 한다.
폐기된 법안 중에는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과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 등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참사들에 대한 법안이 포함되어 있다. 언론들은 “19대 국회는 식물국회를 넘어 4년 내내 휴업(休業)을 한 것과 다름없다”고 보도하고 있다.
아무튼 말 많고 탈 많았던 19대 국회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20대 국회가 문을 열었다. 늘 그렇듯 개업 집에는 처음에는 기대로 가득 찬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하지만 기대가 채워지지 않으면 사람들은 마음에 독을 품고 냉정하게 돌아선다. 20대 국회는 19대 국회의 비참한 최후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20대 국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동안 지체된 사회 발전을 이번 국회가 꼭 이루어 주기를 기원한다. 그래서 힘들고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이 나라도 희망이 있다는 것을 꼭 보여주길 바란다. 필자 또한 여기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자 산(SAN)교육을 위해 몽골로 간다.
교육계의 화두 중 `세계시민교육`이라는 것이 있다. 세계시민교육은 경주에서 열리고 있는 제66차 유엔 NGO 콘퍼런스의 주제이다. 산자연중학교는 세계화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미리 알고 그것을 `해외이동수업`이라는 정규과목으로 편성 운영하고 있다. 이번 해외이동수업 장소는 몽골이며, 수업주제는 `교육과 나눔, 그리고 지구`이다. 학생들은 이번 해외이동수업 기간 동안 몽골 사막 현장을 방문해 사막화 방지를 위한 조림 사업에 참여한다. 또 나눔 정신 실천의 일환으로 집이 없어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 사는 몽골 초등학교 학생에게 직접 몽골 전통 집인 겔(ger)을 지어준다. 그리고 문화교류를 통해 우리의 우수한 문화를 몽골 청소년들에게 알림과 동시에 몽골의 전통문화에 대해서도 배운다.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이 배우는 `배려와 존중, 그리고 소통` 정신이 20대 국회에도 꼭 전달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