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매출이 급감했다. 정부가 가정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고등어를 지목하자 언론에서도 장단을 맞췄다. 정부 발표와 언론 보도만 보면 고등어가 무슨 오염물질덩어리인 것만 같다. 칼슘과 단백질, DHA가 풍부한 맛있는 생선, 게다가 저렴하기까지 한 고마운 고등어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창문 열고 환기 시키며 구우면 아무 문제없단다. 충신에게 역적 누명 씌워 유배 보내는 어리석은 역사가 서민들 밥상 위에서 재현되었다. 김창완의 `어머니와 고등어`, 노라조의 `고등어`는 불온선전가요란 말인가. 정말 고등어가 문제라면 그 생선이 잡히는 바다가 공해의 본산이란 말인가?.
고등어 하나로는 부족했는지 이번엔 삼겹살을 저격하고 나섰다. 고기 굽는 연기를 차단 못하는 식당의 영업을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장대비 맞으면서 옆 사람이 분무기 뿌렸다고 성내는 꼴이다. 어디에든 책임을 떠다 넘기고 싶겠지만, 삼겹살은 건드리면 안 된다. 서민들이 그나마 큰 부담 없이 외식 기분 내면서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음식이다. 불가침의 영역이 있는 법이다. 인물로 치자면 삼겹살은 이순신, 김연아와 같은 존재다.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경유값을 올린다고 한다. 환경에도 도움 되고 경제적이라며 경유차 사라고 부추길 땐 언제고 이젠 타지 말라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주장하는 논리가 빈약하면 자꾸 사족을 덧붙이는데, 지금 정부 하는 모양이 그렇다. 왜 중국에는 아무 말 못하는가? 미세먼지 대부분이 중국에서 발생한 것인데, 그쪽은 차마 쳐다보지도 못하고 왜 애꿎은 고등어, 삼겹살, 경유차를 탓하나? 학창 시절에 그런 녀석들 꼭 있었다. 힘센 놈에겐 찍소리도 못하고, 자기보다 약한 아이들만 괴롭히는 `양아치`들 말이다.
탁상행정과 과잉충성이 문제다. 고등어 사태는 말을 위한 말, 의견을 위한 의견, 그걸 분별 못하는 리더의 무지와 비전문성, `뭐라도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 허튼 짓인 줄 알면서도 오버해서 결과를 더 만들어내려는 관계부처들이 어우러져 만든 촌극이다. 근무 태만한 군의관을 징계 차원에서 격오지 부대로 보낸다는 국방부의 한심한 발상도 그렇다. 최전방 격오지가 무슨 유배지인가? 긍지를 가지고 근무하는 병사들 사기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병사들에게 더 나은 복지와 혜택을 주지는 못할망정 불성실한 군의관에게 귀한 몸을 맡기게 하다니, 그런 계획을 제안한 자에게 미세먼지를 먹이고 싶다.
21사단 공병 장교로 복무하던 2010년 12월, `VIP`께서 동부전선 최전방 해발 1242미터 고지 가칠봉 대대에 방문한다고 해 난리가 났다. 구불구불한 비포장 산악도로를 일주일 내내 오르내리며 소대원들과 지뢰 및 폭발물 탐지 작업을 했다. 가칠봉 대대는 더 호들갑이었다. 병사들의 헌 운동화 대신 새 운동화를 자리마다 배치하고, 한겨울에 꽃과 잔디를 심어 없던 화단도 만들었다. 가관은 러닝머신을 조달해 막사 내에 둔 것이다. `보여주기`의 극치였다.
VIP께선 우리가 고생하며 지뢰 탐지하고 쓸고 닦은 산악도로 대신 헬기를 타고 가칠봉에 방문했다. 죽 쒀서 개도 못 준 꼴이었다. 탁상행정과 과잉충성, 리더의 어리석음이 이룬 삼위일체는 군대뿐만 아니라 기업과 국가 운영에도 만연하다. 세월호 구조 실패했다고 해경을 해체한 것이나 강남역 살인사건 후속 대책으로 남녀공용화장실을 분리하겠다는 것 역시 핵심을 놓친 근시안적 사고다. 한 TV 프로그램에서 김흥국이 “건강을 위해 라면을 먹지 않는다”고 한 김구라에게 뜬금없이 “말조심하라”며 호통을 친 일이 있다. 라면 장사 하는 사람들 굶어 죽으라고 그런 소리를 하느냐는 것이다. 정부의 말 한마디에 어민과 유통·가공업체, 생선구이 가게까지 다 망하게 생겼다. 말조심해야 한다. 곧 닭꼬치, 노가리, 곱창, 막창, 캠핑, 전국체전 성화, 모기향, 불꽃놀이까지 다 규제하게 생겼다. 나부터 잡아가라. 엊그제도 경유차 타고 나가 캠핑하며 삼겹살 굽고 생선 구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