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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는 억울하다

등록일 2016-06-01 02:01 게재일 2016-06-0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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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철<br /><br />시인
▲ 이병철 시인

고등어 매출이 급감했다. 정부가 가정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고등어를 지목하자 언론에서도 장단을 맞췄다. 정부 발표와 언론 보도만 보면 고등어가 무슨 오염물질덩어리인 것만 같다. 칼슘과 단백질, DHA가 풍부한 맛있는 생선, 게다가 저렴하기까지 한 고마운 고등어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창문 열고 환기 시키며 구우면 아무 문제없단다. 충신에게 역적 누명 씌워 유배 보내는 어리석은 역사가 서민들 밥상 위에서 재현되었다. 김창완의 `어머니와 고등어`, 노라조의 `고등어`는 불온선전가요란 말인가. 정말 고등어가 문제라면 그 생선이 잡히는 바다가 공해의 본산이란 말인가?.

고등어 하나로는 부족했는지 이번엔 삼겹살을 저격하고 나섰다. 고기 굽는 연기를 차단 못하는 식당의 영업을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장대비 맞으면서 옆 사람이 분무기 뿌렸다고 성내는 꼴이다. 어디에든 책임을 떠다 넘기고 싶겠지만, 삼겹살은 건드리면 안 된다. 서민들이 그나마 큰 부담 없이 외식 기분 내면서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음식이다. 불가침의 영역이 있는 법이다. 인물로 치자면 삼겹살은 이순신, 김연아와 같은 존재다.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경유값을 올린다고 한다. 환경에도 도움 되고 경제적이라며 경유차 사라고 부추길 땐 언제고 이젠 타지 말라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주장하는 논리가 빈약하면 자꾸 사족을 덧붙이는데, 지금 정부 하는 모양이 그렇다. 왜 중국에는 아무 말 못하는가? 미세먼지 대부분이 중국에서 발생한 것인데, 그쪽은 차마 쳐다보지도 못하고 왜 애꿎은 고등어, 삼겹살, 경유차를 탓하나? 학창 시절에 그런 녀석들 꼭 있었다. 힘센 놈에겐 찍소리도 못하고, 자기보다 약한 아이들만 괴롭히는 `양아치`들 말이다.

탁상행정과 과잉충성이 문제다. 고등어 사태는 말을 위한 말, 의견을 위한 의견, 그걸 분별 못하는 리더의 무지와 비전문성, `뭐라도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 허튼 짓인 줄 알면서도 오버해서 결과를 더 만들어내려는 관계부처들이 어우러져 만든 촌극이다. 근무 태만한 군의관을 징계 차원에서 격오지 부대로 보낸다는 국방부의 한심한 발상도 그렇다. 최전방 격오지가 무슨 유배지인가? 긍지를 가지고 근무하는 병사들 사기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병사들에게 더 나은 복지와 혜택을 주지는 못할망정 불성실한 군의관에게 귀한 몸을 맡기게 하다니, 그런 계획을 제안한 자에게 미세먼지를 먹이고 싶다.

21사단 공병 장교로 복무하던 2010년 12월, `VIP`께서 동부전선 최전방 해발 1242미터 고지 가칠봉 대대에 방문한다고 해 난리가 났다. 구불구불한 비포장 산악도로를 일주일 내내 오르내리며 소대원들과 지뢰 및 폭발물 탐지 작업을 했다. 가칠봉 대대는 더 호들갑이었다. 병사들의 헌 운동화 대신 새 운동화를 자리마다 배치하고, 한겨울에 꽃과 잔디를 심어 없던 화단도 만들었다. 가관은 러닝머신을 조달해 막사 내에 둔 것이다. `보여주기`의 극치였다.

VIP께선 우리가 고생하며 지뢰 탐지하고 쓸고 닦은 산악도로 대신 헬기를 타고 가칠봉에 방문했다. 죽 쒀서 개도 못 준 꼴이었다. 탁상행정과 과잉충성, 리더의 어리석음이 이룬 삼위일체는 군대뿐만 아니라 기업과 국가 운영에도 만연하다. 세월호 구조 실패했다고 해경을 해체한 것이나 강남역 살인사건 후속 대책으로 남녀공용화장실을 분리하겠다는 것 역시 핵심을 놓친 근시안적 사고다. 한 TV 프로그램에서 김흥국이 “건강을 위해 라면을 먹지 않는다”고 한 김구라에게 뜬금없이 “말조심하라”며 호통을 친 일이 있다. 라면 장사 하는 사람들 굶어 죽으라고 그런 소리를 하느냐는 것이다. 정부의 말 한마디에 어민과 유통·가공업체, 생선구이 가게까지 다 망하게 생겼다. 말조심해야 한다. 곧 닭꼬치, 노가리, 곱창, 막창, 캠핑, 전국체전 성화, 모기향, 불꽃놀이까지 다 규제하게 생겼다. 나부터 잡아가라. 엊그제도 경유차 타고 나가 캠핑하며 삼겹살 굽고 생선 구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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