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영 서
장가도 안 가고 총각귀신 되어버린 석봉이 아재는 어린 내가 꼽추 꼽추 놀려도 웃기만 하던 석봉이 아재는 더는 서울에도 안 가고 어디에도 안 가고 무당할매 곁을 떠나 너댓 평 점방에서 목을 맸나 몰라
(중략)
생전에 못 가본 마실이라도 간 걸까
애기메꽃 일제히 기상나팔을 불어제낀다
꼽추였던 석봉이 아재에 대한 어린 시절 추억의 서사를, 아련한 그리움과 아픔으로 그려진 그림 하나를 본다. 장가도 안가고 어느날 목을 매고 총각귀신이 된 그 연유는 알 수 없지만 어린 시절 놀려대고 따라 다녔던 기억들이 지금은 애틋한 그리움과 사랑으로 남아 있음을 본다. 지난 날 이 땅 여기저기 이러한 가슴 아픈 일화들이 있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