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태 준
나는 오글오글 떼지어 놀다 돌아온
아이의 손톱을 깎네
모시조개가 모래를 뱉어놓은 것 같은 손톱을 깎네
감물 들 듯 번져온 것을 보아도 좋을 일
햇솜 같았던 아이가 예처럼 손이 굵어지는 동안
마치 큰 징이 한번 그러나 오래 울렸다고나 할까
내가 만질 수 없었던 것들
앞으로도 내가 만질 수 없을 것들
살구꽃은 어느새 푸른 살구 열매를 맺고
시인의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을 큰 징이 한번 오래 울렸다고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살구꽃이 지고나면 푸른 살구 열매가 맺히듯 풋풋한 어린 생명이 깃든 아이가 성장해간다. 참으로 곱고 푸른 열매가 아닐 수 없다. 오월 푸른 살구나무에 올망졸망 달려있는 살구 알갱이 같은 우리들의 아이들이 분탕스럽고 시끄러운, 불구의 아픈 세상에서 아프지 않고 마음도 몸도 푸르게 푸르게 성장해 가길 빌어보는 아침이다.
<시인>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