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명 인
약속에 이끌려 여기까지 왔다
억만 년 전에 찢긴 흰 구름
푸른 물결로 출렁이면서
이 모래밭에 뿌리 내리려던 한 알갱이 모래
모든 일몰은 죽음으로 간다, 다시 내장되거나
캄캄하게 태어나는 빛!
헤어지지 말아요!
해의 누이 달이 속삭이는 소리
약속을, 동쪽 끝에 걸어두었는데 어느새
혈육으로 깁지 못하는 저녁이 왔다
이 구멍은 테두리뿐인 가락지처럼 속이 환하다!
쌍가락지는 약속의 의미를 띈다. 서로 시간을 견디며 오래 오래 관계를 유지하자는 정표이다. 어느 한 쪽이 사라져 버리면 그 약속은 상처를 입게되는 것이 쌍가락지에 스민 가치가 아닐까. 영원으로의 지속을 염원하며 서로 나눠가지는 쌍가락지는 우주적 순환의 시간 속에서 어쩔 수 없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운명을 스스로 품고 있는 것이다.
<시인>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