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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놀이

등록일 2016-05-20 02:01 게재일 2016-05-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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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규 승
사내는 해를 등지고

그림자를 보고 있다

길게 누운 건물들

쓰러진 채 달리는 버스

사내를 밟고 지나간다

몸 가운데 타이어 자국이 선명한 그림자

벌떡 일어나 사내에게서 발을 뺀다

그림자를 잃은 사내는 보도블록에 붙어버린다

멀어져가는 그림자를 쳐다보는 사내

기울어지는 해를 따라 점점 길어진다

그림자에 대한 재미난 상상력을 바탕으로 시가 이뤄지고 있다. 사내의 그림자 위로 지나가는 버스 그림자가 겹쳐지고 사내의 몸 가운데 타이어 자국이 선명하다는 표현이 재미나다. 일종의 그림자 사건은 그림자도 우리의 몸도 텅 빈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몸이라는 복잡하고 무거운 존재감을 가볍게 만들어 버리고 있는 것이다. 시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몸과 관련된 심각한 인식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시인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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