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재 목
가다가 지쳐 그리움을 꺼내
숲에다 걸어둔다, 그리움은
나를 닮아 수염도 까칠하고
참 못생겼다
담장이 없는 마음속엔 늘
산이 보인다
지친 눈으로 가끔씩 하늘을 쳐다볼 때마다
나는 그리움과 정이 든다
그럴수록 너는 나에게
너무 멀다
길은 공간과 공간을 이어줄 뿐 아니라 존재와 존재를 이어준다. 시인이 설정한 존재에 대한 그리움은 늘 길 위에 있다. 그 길을 다 걸어가도 그리움의 대상에 이를 수 없다. 어쩌면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운명을 품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우리는 길을 가고 먼 길을 바라보며 그리워한다. 가 닿을 수 없는 아득한 존재에 대한 그리움으로 우리네 한 생은 가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