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수 환
한쪽 발을 들고
진흙바닥에 서 있다
두 발로 물을 밟다가는
연못이 넘칠까 걱정스러운지
목은 길고
뒷머리꼬치 청홍
회백색 날개죽지에
그의 전생이 조금씩 나부끼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 전생에게 저항한 흔적을
눈꼽만큼도 남기고 싶지 않은가보다
한 쪽 발로 선 왁새를 바라보면서 그 새의 모습에서 시인 자신의 모습을 본다. 전생을 불의에 저항하면서 살아온 시인 자신의 모습처럼 왁새도 불구의 모습으로 한 발로 서 있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 한 생의 주변에도 이런 인생들이 있다. 철저히 자신의 전생을 숨기는 것처럼 보여도 어디선가 치열하게 저항하며 살아온 그의 전생이 부지불식간에 비쳐지는 경우가 있다. 한 발로 물을 딛고 선 왁새처럼 말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