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25일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BAMA)를 시작으로 국내 미술품견본시장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이제는 일반인들에게 아트페어란 단어는 낯설게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한번쯤은 언론을 통해 접해 봤을 것이며, 미술에 약간의 관심만 있어도 한번쯤 관람해 보았을 정도로 보편화된 행사로 여겨지고 있다. 미술품견본시장을 뜻하는 아트페어(Art Fair)는 보통 다수의 화랑들이 한 장소에 모여 작품을 판매하는 행사를 말한다. 때로는 작가 개인이 참여하는 형식도 있지만 시장의 정상적인 기능을 활성화하고 화랑간의 정보교환, 작품판매 촉진과 시장의 확대를 위해 주로 화랑들이 주최해 화랑간의 연합으로 개최되고 있다. 미술품 구매와 무관하게 그저 눈요기를 위해 전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이러한 관람객들의 꾸준한 증가세는 작가들과 화랑 관계자들에게 그나마 큰 힘이 되고 있다. 지금 당장은 경제적인 이유로 구매가 힘들더라도 꾸준한 관람과 관심이 이어진다면 언젠가 미술품에 투자할 수 있는 고객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관람객들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고가의 미술품을 구입하는 사람들만이 콜렉터(collector)는 아니다. 100여 만원 미만의 저렴한 작품을 구입하는 일반인들도 훌륭한 콜렉터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예술이란 거대한 성을 건설하는데 조그마한 벽돌 하나를 쌓아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비록 조그마한 벽돌이지만 예술이란 커다란 성을 지탱하게 해주는 초석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늘날 예술은 모든 대중들을 수용자로 채택하고 대중문화로서의 대중예술을 지향하고 있다. 즉 예술의 대중화는 예술의 민주화에 기여하였다. 미술을 비롯해 전 장르의 예술은 이제 더이상 소수 부유층들만의 전유물이 되지 않으며,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가고 있다. 미술 분야의 경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아트페어를 비롯해 다양한 미술행사들이 연이어 개최되고 있으며 이러한 행사를 주도적으로 개최해 나가고 있는 공간들을 우리는 화랑(gallery)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현대 미술시장에 있어 화랑의 역할이 점점 중요시 되고 있으며 그 기능 또한 점차 확대되어 지고 있다.
세계 미술시장의 역사를 먼저 살펴보면 1540년 네덜란드 앤트워프에 미술품거래소가 처음 설립되었으며, 1640년 유트리히트에서 `길드조합`의 미술 전람회가 개최되기 시작했다. 그 후, 1763년 헤그에서 열린 길드전시에서 여러 규칙이 개정되었고 초창기 성격으로서의 미술시장이 처음 시도되었다. 그리고 1870년대부터는 프랑스에서는 혁신적인 화랑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해 신진작가들을 발굴하고 후원하는 활동을 펼쳤다. 1932년에는 세계 최초의 화랑협회가 영국에서 결성되었으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에는 본격적인 활동을 이어 나갔다. 우리나라 화랑 역사는 1950년대 최초의 근대 화랑인 반도화랑이 서울에 생겨나면서 본격적인 국내미술시장이 형성 되었다고 보는 게 맞다. 60년이라는 짧은 화랑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미술시장은 세계미술시장의 흐름에 적잖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으며, 우수한 화가들도 발굴해 세계 미술시장에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기능을 하는 화랑은 문화적 공간이면서 사업공간이기도 하다. 화랑을 운영하는 화상들은 예술 사업가이며 때론 미술애호가로서 작가들에게 미적 안목과 상업적 안목이 어우러진 조언을 아끼지 않는 동반자이다. 한마디로 화랑은 사회적 공간과 직결된 예술 공간이다. 이곳을 통해 작가와 대중의 공감대를 형성시켜주고 작가들에겐 창작을 지원하며, 미술품 매매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제2 창조의 공간인 셈이다. 이번 주말 가족 봄나들이로 가까운 화랑을 찾아 전시를 관람하는 여유를 가지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