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두 규
노루귀의 꽃잎을 뜯어먹던
청설모 한 마리가 놀라 달아났다
나는 청설모가 먹다 남긴
노루귀의 꽃잎 하나를 입에 물어 보았다
이 개똥밭을 얼마나 더 굴러야
나는 청설모가 될 수 있을까
언제쯤이나 청설모처럼 아무 생각 없이
나무와 나무를 오갈 수 있을까
집 근처 집개들이 드나들고 노루귀 꽃잎이 피어난 텃밭가에는 청설모가 내려온다.시인은 개똥밭의 청설모를 바라보면서 소유와 욕망에 얽혀있는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있다. 청설모가 먹다 남긴 야생화 꽃잎 하나를 입에 물어보며 번잡한 세속의 가치에 갇혀있는 자신의 삶을 벗고 무욕의 청설모처럼 살고 싶은 심정을 보여주고 있다.
<시인>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