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용 한
초승달 카페는 가끔 아프고
헐거운 주인이 마호가니 바에 앉아서
물고기처럼 술을 마신다
어느 새처럼 울던 사내는 오지 않는다
처음부터 새와 물고기가 사랑한 저녁은 없었다
절대로 그런 일은 없다
구름이 벗겨진 천장과
강물이 흘러간 마룻바닥과
천둥과 번개만이 누렇게 얼룩진
초승달 카페는 천 길 벼랑 끝에서 삐걱이고
아침이면 아가미 같은 문을 닫는다
초승달의 모양을 바라보며 물고기를 떠올리기도 하고 다시 카페로 상상하는 시인의 상상력이 재밌다. 오지 않는 사랑을, 이뤄질 수 없는 새와 물고기의 사랑을 기다리고 있는 시인은 절대 오지 않을 사랑임을 알고 있으며 그런 사랑은 도저히 이뤄지지 못할 사랑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시인은 초승달을 올려다보며 불가능해서 더 아프고, 아파서 더 아름다운 사랑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