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실학자로 손꼽히는 이익(1681~1763)은 `성호사설`에서 소전주(小田主)를 몰락시켜 빈부격차를 심화시켰던 소수 권문세가(權門勢家)들의 토지 독점을 제한해야 한다는 한전제(限田制)를 주장했다.
또한 실속 없이 고담준론만 일삼아 지탄을 받던 선비들도 농업이나 생업에 종사해야 한다는 사농합일(士農合一)을, 더 나아가 인간에 대한 평가는 신분적 또는 족벌적인 제약에서 벗어나 개인의 재능과 실적을 준거로 삼아야 한다는 양천합일(良賤合一)도 주장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반향을 불러일으킨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은 유럽에서는 별로였으나 미국에서는 유럽발 허리케인이 되어 세계적인 경제석학들 사이에서 격렬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이 책은 부가 부를 쌓으면 신계급사회인 세습자본주의 시대가 오며, 이 세습자본주의가 능력주의 가치를 박탈하며 건강한 자본주의를 좀먹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 경제학자의 이러한 이론과 18세기 이익 선생의 견해를 견주어보면 그 핵심논리는 비슷하다고 하겠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금수저니 흙수저니 또는 헬(hell)조선이니 하는 신조어가 유행이다. 이는 부의 측면에서 한국의 부자는 4명 중 3명이 선대의 부를 세습 받은 금수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일본은 10명 중 8명은 흙수저가 부호 대열에 합류하였고, 가장 빨리 세계 부호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중국은 상속부자 비율이 고작 2%에 불과했다. 세계에서 상속부자 비율이 가장 높은 한국에서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이제는 속담에 불과하게 됐다.
법조에서는 사법고시로 획일화 된 법조인 선발체계를 유연화하고, 학부과정에서 다양한 분야의 사전지식을 습득하게 해 법조인의 전문성을 키운다는 취지로 2009년 도입된 로스쿨제도가 `현대판 음서제`라는 의혹들이 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즉 로스쿨에 입학했거나, 하려는 학생이 자기소개서에 고위층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을 거론하여 합격의 특혜를 받거나 성적에 특혜를 받고 있다는 의혹이 로스쿨 교수의 저서가 발간되면서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형평(衡平)의 배지를 달고 사회의 부정과 부패를 척결, 법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는 사법의 정의를 세워야 할 사람들이 부모나 인친척의 지위를 이용하는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행동에 앞서 먼저 그것이 긴요한지 아닌지터 판단한다. 그런데 그 긴요함을 판단하는 범위는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자기 자신이나 자기 가족에게 긴요한지 만을 따지지만, 어떤 이는 자신이 속한 사회와 국가, 심지어는 세계를 판단 범위에 두고 긴요한지 여부를 고민한다. 전자가 이기적인 긴요함이라면 후자는 이타적인 긴요함이라고 할 수 있다. 말할 것도 없이 전자를 좇는 사람이 많을수록 사회에는 갈등과 부패가 만연하고, 후자를 추구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사회는 안정되고 배려가 넘쳐난다.
재미교포 한인 2세인 하버드대학생 조지프 최(최민우)씨는 아베 신조 총리가 위안부 문제를 사과하지 않음을 정당한 논리로 지적하고, 미국 공화당의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한국의 안보무임승차론`이라는 황당한 궤변에 대해 설전을 벌였다.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그는 트럼프후보나 아베 총리의 잘못을 짚은 것은 정의롭지 못한 이들의 행태를 바로잡고 싶어서였다”고 설명했다.
법관이 되고자 하는 욕심을 앞세워 부모나 친척의 이름을 파는 로스쿨 생들이나 그의 부모들은 부끄러운 자신을 돌아보고 그동안 사회에 높였던 자신들의 명예를 스스로 거두어야 한다.
만약 이런 그늘진 방식을 통해 법관이 되면 이 사회는 부정과 부패는 난무하고 올바른 법치는 사라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문벌귀족에게만 권력을 대물림하던 지난 왕조국의 음서제 망령이 되살아난다면 소수를 제외한 일반 국민들에게는 힘들고 희망이 없는 국가 `헬조선`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