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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가 서늘하다

등록일 2016-05-11 02:01 게재일 2016-05-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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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 림
수타사 입구

하마교에서 왼편으로 오르다 보면

일월사 터에 홀로 서 있는 삼층석탑

푸른 이끼의 목숨 거느리고

햇살 받고 있다

깨지고 잃어버린 시간의 틈새마다

퍼렇게 자라나는 이끼들이

무르팍에 남아 있는 상처처럼 반짝인다

석탑에 등 기대고 앉으면

오동나무 그늘이 따라와 내 몸에 눕는다

삶의 무게를 뺀 푸른 그늘

내 몸 어딘가를 더듬었는지

서 늘 하 다

말없이 살아온 것들의 푸른 감촉

모진 풍상을 견딘 삼층석탑과 오동나무 그늘에서 시인은 생의 보편적 진리 하나를 발견한다. 깨지고 잃어버린 시간의 틈새에 푸른 이끼의 목숨을 거느린 석탑은 시인이 옹호하고자 하는 가치를 품고 있는 존재다. 비록 아프고 힘든 세월의 상처를 입었더라도 넉넉히 타인을 품을 줄 아는 아량과 배려와 사랑과 헌신의 정신을 삼층석탑에서 시인의 눈과 가슴을 찾은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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