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승 강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가 길을 가고 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가 가는 길을
태어난 내가 가고 있다
태어난 내가 무덤으로 가는 길을
태어나지 않은 자가 자궁으로 가고 있다
태어나지 않은 자의 자궁으로 가는 길과
태어난 내가 무덤으로 가는 길이 중복된다
지렁이가 길을 가는 형상은 크게 주목받지 않은 사소한 일이다. 태어나서 한 생을 살아가는 우리네 생도 일상적 삶의 행위의 연속이라는 것이 시인의 인식이다. 우주의 모든 것이 이렇듯 각자의 길을 아주 자연스럽게 가고 있는 것이다. 특별하지 않고, 주목 받지 못하거나 않거나와 상관없이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것이 인생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