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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교육의 선행조건

등록일 2016-05-09 02:01 게재일 2016-05-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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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선애<br /><br />대구가톨릭대 교수·한국어문학부
▲ 임선애 대구가톨릭대 교수·한국어문학부

우리가 사는 세계의 변화가 너무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려는 교육계의 움직임도 역동적으로 보인다. 2015년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제정된 법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7월에는 인성교육법이 시행돼서 한동안 온 세상이 `인성`이라는 키워드로 분주하다가, 12월에는 진로교육법이 시행돼서 `취업난`과 함께 `진로`라는 단어가 우리 사회를 뜨겁게 하고 있다. 또한 12월의 마지막 날에는 인문학진흥법 제정안이 국회본회의를 통과해서 각종 국가지원사업에서 한동안 소홀했던 인문학 교육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인성, 취업, 인문학은 매우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 단어들이다. 취업의 현장에서는 인성이 좋고 지혜로운 인재를 찾기 때문이다. 뒤집어 생각해 보면, 한 인간이 취업은 물론이고 직업의 세계를 잘 살아내기 위해서는 원만한 인간관계를 이뤄야 하고, 삶에 대한 통찰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인성을 갈고 닦아야 하고, 삶에 대한 통찰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인문학 공부를 부지런히 해야 할 것이다. 취업을 한다는 것은 직업을 선택하는 일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직업을 선택하는 문제는 한 인간이 살아가는 삶의 여정 중에서 중요한 한 부분이기 때문에 시차를 두고 숙고해야 할 문제인데, 한동안 우리는 직업 선택의 문제를 취업의 문제로 한정하고 대학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로 여겨왔다. `학생 자신의 진로를 창의적으로 개발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성숙한 민주시민으로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데 목표`를 두고 있는 진로교육법은 초등학교 때부터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고 고민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법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자신이 선택하는 직업과 행복한 삶이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교과부에서 기획한 진로교육의 구체적인 목표는 자아 이해와 사회적 역량 개발, 일과 직업세계의 이해, 진로탐색, 진로 디자인과 준비 등 네 가지로 설정돼 있다. 한 인간은 사회적인 관계망 속의 인간이기 때문에 자기탐색과 역량개발을 통해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인재가 되기 위해 일정한 직업을 가지고 직업을 기반으로 한 경제활동을 통해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논리는 누가 봐도 그럴 듯하다. 이처럼 선한 취지에서 시작하는 진로교육은 몇 가지 선행조건들을 생각할 때 성공할 수 있다.

첫째, 학생들이 자신들의 행복한 삶을 위한 직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할 것이다. 진로교육 담당 교사들은 AI로 인해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가 200만 개, 사라지는 일자리가 700만 개로 예측하는 다보스포럼, 미국 내 700여 개 직업 중 절반이 20년 내 AI로 대체될 것으로 예측하는 옥스퍼드대 연구팀의 통계를 주의 깊게 참조해야 한다. 또한 학생들이 직업세계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확보하게 하고, 직업을 위한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이 행복해질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둘째, 직업 이전에 세계의 변화를 읽을 줄 아는 거시적인 안목을 길러주는 교육을 해야 할 것이다. 과학자들이 이야기하는 싱귤래리티(singularity·특이점)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시점을 의미하는데 이 시기가 되면 세계의 변화는 예측의 가능성 희미해진다고 한다. 예측불가능한 세계에서 생겨나는 직업의 종류 또한 예측불가능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셋째, 학생 스스로가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사유의 힘을 길러주는 교육을 해야 할 것이다. 한스 게오르크 가다머는 교육은 자기 교육이라고 했다. 진로교과목이 교과과정의 한 교과목으로 생겨나면서 주입식으로 지식을 전수하는 교과목이 돼서는 안 된다. 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사유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이 되도록 교사들은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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