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민 호
텅텅 비어 있어
씁쓸하게 바람만 불고 있다
뜰에는, 마당에는, 대문 밖에는, 골목길에는,
바람이 휑하니 먼지를 날리고
긴 사색의 구름 한 송이가
빈 마당 위를 그림자처럼 지나가고 있다
경주를 대표하는 원로시인의 쓸쓸한 노년의 시간들을 들려주고 있다. 평생 학교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시며 깊은 감동을 거느린 서정시를 써 오신 시인은 모두들 떠난 빈집에서 씁쓸하고 외로운 느낌으로 먼 데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씁쓸하고 외로움에 빠져있는 것이 아니라 무욕의 삶, 청빈하게 무위의 인생관으로 한 생을 건너고 있는 자신을 모습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긴 사색의 구름 한 송이가 지나고 있다는 표현에서처럼 말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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