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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집

등록일 2016-05-03 02:01 게재일 2016-05-0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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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주 영

네가 떠난 후에도 날이 밝고 밤은 왔다. 자동차가 달리고 행상들은 나발을 불어댔다. 멈추지 않는 세상 힘주어 팔 뻗쳐보지만 헛된 꿈이 가슴을 눌러 문신이 되고 있을 뿐….

그는 나를 버렸다. 악다구니 쳐 봤지만 나는 버려졌다. 내가 먼저 포기하기 전엔 꼼짝없이 내 것이라고 생각한 내 자만에 네가 먼저 손 들었다. 정말 바람 따라 휑하니 가버린 건가. 내 몸 네 것 되어 뼈마디마디 짐승 소리 내며 허공을 흔드는, 너와 나의 살점을 물어뜯는 그 밤도 없이….

빈 집이라는 제목의 시지만 빈 집은 사람들이 살다 떠난 빈 집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시의 상황 설정은 아픔을 더 깊게 만들고 있다. 네가 떠난 후에는 어둡고 밤도 오지 않아야 하고, 사물도 세상도 멈춰야 한다 그러나 해는 뜨고 밤도 오고 자동차도 다니는 상황이다. 이것은 너의 부재에 대한 시인의 상실감을 더 깊게 만들고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비극의 심화는 상대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을 절실하게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리고 아프다.

<시인>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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