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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인화된 봄

등록일 2016-04-27 02:01 게재일 2016-04-2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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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응 인
25번 국도 밀양강 가에는 벚꽃이 축포를 쏘아 올립니다. 갓 스물 처녀 총각들 까르르 웃으면 놀란 꽃잎이 화들짝 날리며 렌즈 속에서 반짝입니다. 어린 아이를 안고 나온 부부는 연신 셔트를 누릅니다. 차르르 착.

이라크 중부 나자프 지역 9번 고속도로 검문소, 밴 한 대가 달려오고 있음. 미군 보병 3사단 25mm 기관포탄이 불을 뿜음. 벌집이 된 차 안에는 피난 보따리를 든 어린이와 여성 15명이 피범벅. 콰르르 펑.

시인은 아름다운 봄밤 밀양강 가에 축포를 쏘아올리듯 활짝 피어오르는 벚꽃을 바라보며 마냥 흥겹고 즐겁지만은 않다. 시인은 잘못 인화된 봄을 그려보고 있는 것이다. 전쟁으로 폐허가 되어가는 이라크 중부 나자프 지역에서 있었던 아픈 그림 한 장을 소개하고 있다. 적으로 오인되어 포탄에 희생된 어린이와 여성 15명이 무참히 죽어간 가슴 아픈 그림을 소개하면서 진정으로 옹호되고 보호받아야하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절규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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