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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

등록일 2016-04-26 02:01 게재일 2016-04-2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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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양 희
눈물을 찍어 새를 그린

화가 이징을 생각하다가

한 곡 부를 때마다 모래 한 알 신발에 던져

신이 모래로 가득 차야 노래를 그쳤다는

명창 학산수를 생각하다가

일생 동안 먹을 갈아 구멍낸 벼루가 열 개도 넘었다는

명필 이삼만을 생각하다가

노래를 잘 듣기 위해 자신의 눈을 찌른

악사 사광을 생각하는 봄밤

중견 시인의 문학에 대한 의지와 열정과 고뇌를 엿볼 수 있는 시이다. 이 시에 설정된 화가나 명창이나 명필의 주인공들은 다름 아닌 시인의 분신이다. 처절하게 자신과의 싸움 속에서 절대의 명작이 나오듯이 시인도 평생 시 쓰기에 임해온 태도를 돌아보고 있는 것이다. 비장하면서도 숙연할 정도로 자신을 몰아세우며 자신을 닦달하며 격려하는 치열한 시정신을 느낄 수 있다.

<시인>※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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