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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춘

등록일 2016-04-25 02:01 게재일 2016-04-2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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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증 식
새벽같이 밭머리에 나와 앉은

저 망구 할매 좀 보라지

벌써 한고랑 훑었는지

담배 한 대 빼물고 숨 고르는

갓 깬 애벌레같이 뽀얀 얼굴

아마도 겨울 초입에 묻어둔

마늘쪽들 때문일 것이야

한 겨울 언 땅을 뚫고 솟아오른

탱탱한 마늘 싹들이

겨우내 굳어있던 뼈마디

복사꽃으로 물오르게 했을 것이야

흙바닥을 향해 굽은 등이

세상 가득 봄빛을 끌어오는 동안

부끄러워라

짐짓 찔러보는 꽃샘추위에도

금세 샐쭉 돌아앉고 마는

저 꽃나무들의 엄살

밀양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시인의 눈에 포착된 이른 봄 새벽의 풍경이 정겹기 짝이 없다. 언 땅을 헤집고 오르는 마늘 순에서 되살아나는 우주의 시간을 보고 있다. 그런데 정작 언땅에 호미를 대는 할머니는 천수를 다해가는 늙은이다. 제목처럼 노인네는 언 땅을 뚫고 나오는 새싹처럼 가버린 청춘의 시간들을 되돌려놓으려는 마음이 간절했는지 모른다. 그게 인생이다.

<시인>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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