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증 식
저 망구 할매 좀 보라지
벌써 한고랑 훑었는지
담배 한 대 빼물고 숨 고르는
갓 깬 애벌레같이 뽀얀 얼굴
아마도 겨울 초입에 묻어둔
마늘쪽들 때문일 것이야
한 겨울 언 땅을 뚫고 솟아오른
탱탱한 마늘 싹들이
겨우내 굳어있던 뼈마디
복사꽃으로 물오르게 했을 것이야
흙바닥을 향해 굽은 등이
세상 가득 봄빛을 끌어오는 동안
부끄러워라
짐짓 찔러보는 꽃샘추위에도
금세 샐쭉 돌아앉고 마는
저 꽃나무들의 엄살
밀양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시인의 눈에 포착된 이른 봄 새벽의 풍경이 정겹기 짝이 없다. 언 땅을 헤집고 오르는 마늘 순에서 되살아나는 우주의 시간을 보고 있다. 그런데 정작 언땅에 호미를 대는 할머니는 천수를 다해가는 늙은이다. 제목처럼 노인네는 언 땅을 뚫고 나오는 새싹처럼 가버린 청춘의 시간들을 되돌려놓으려는 마음이 간절했는지 모른다. 그게 인생이다.
<시인>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