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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빈

등록일 2016-04-21 02:01 게재일 2016-04-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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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태 준
열무를 심어놓고 게을러

뿌리를 놓치고 줄기를 놓치고

가까스로 꽃을 얻었다 공중에

흰 열무꽃이 파다하다

채소밭에 꽃밭을 가꾸었느냐

사람들은 묻고 나는 망설이는데

그 문답 끝에 나비 하나가

나비가 데려온 또 하나의 나비가

흰 열무꽃잎 같은 나비 떼가

흰 열무꽃에 내려앉는 것이었다

열무의 현실적 효용은 꽃이 아니라 뿌리와 줄기다. 그런데 시인의 텃밭 열무농사는 의도적인지 아닌지는 모를 일이나 뿌리와 줄기를 놓치고 그만 꽃을 얻은 것이다. 게을러서 그랬을까 아니면, 가까스로라는 말에서 느낄 수 있듯이 채소를 기르는 솜씨가 없어서 그랬을까. 채소밭을 꽃밭으로 만들었느냐는 비아냥거림도 있었지만 시인에게는 그리 중요치 않은 것 같다. 나비가, 나비떼가 흰 열무꽃에 내려앉는 환상적인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리라.

<시인>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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