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옥 혜
딱따구리가 날아와
딱딱딱 나를 쪼며 노래할 때
아프기도 정신이 없기도 했지만
내 이파리들 기뻐 우우 노래로 화답 했네
딱딱딱 딱따구리가
내 마음에 둥지를 틀 때
부드럽고 따뜻하여
내 뿌리에서 우듬지까지
노래로 흔들렸네
딱따구리가 뚫어놓은 구멍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바람에
세계가 실려오고
나도 딱딱딱 세계를 쪼아 집을 짓는
딱따구리가 되었네
딱딱딱 딱따구리는 나
딱딱딱 나는 딱따구리
우주는 나
나는 우주
무언가 때문에 흔들리고 불안한 나에게 딱따구리가 날아와 나를 쪼으며 내 마음에 둥지를 틀고 부드럽고 따스한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고 고백하는 시인은 자신과 자연, 우주가 하나로 합일되는 느낌을 받는다. 바쁜 문명의 시간 속에서 엄청난 속도로 진행되는 삶의 과정 속에서 우리도 눈을 열고 귀를 열고 가슴을 열어 자연을 받아들이자. 우리가 우주가 되고 우주가 우리가 되지 않겠는가.
<시인>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