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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선의 도적들

등록일 2016-04-14 01:34 게재일 2016-04-1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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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윤 길
에이허브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멸치, 전쟁이, 고등어, 꽁치, 가시나비고기가 오기도 많이 왔지만 대어는 보이지 않습니다. 가끔 무장한 경비정이 소문을 듣고 빵 빵 빵 총소리를 냅니다. AIS로 주민등록원부 열어보니 마른하늘에 날벼락 쳤다고 합니다. 조밀한 냉기의 오아시오에 들자 많은 도둑이 도착했다 전해집니다. 10도, 11도, 12도 겹겹으로 쳐진 철조망 가로지르는 그들에게 신호등 언제나 빨간불입니다. 비표 없이 갈 수 없는 그곳을 씩씩하게 갑니다. 자동차를 위하여, 가족을 위하여, 한 잔 소주를 위하여 박명이 되면 곤죽이 된 채, EEZ LINE 넘어 공해로 돌아옵니다. 만선하거나 빈부랄 소리 요령처럼 흔들며 혹은 거시기 빠지게

원양어선 선장이기도 한 이윤길 시인의 시에는 역설이 많이 쓰이고 있다. 배타적 경제수역인으로 가로막혀 물고기를 뒤쫓는 일이 도적질이 되지만 바다엔 공공의 바다인 공해가 있다. 물고기의 밥으로 자신의 다리를 내어줬다는 에이허브의 끊임없는 투쟁에서 시인은 우리네 한 생의 모양을 그려내고 비춰보고 있는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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