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사 인
순천 석수 정씨는 종일 잠만 잔다
신월동 바닷가 겨울 저녁
광주로 공부 나간 둘째는
끼니나 제대로 찾아먹는가
몸만 상하고
돈은 마음같이 모이질 않고
간조가 아직도 닷새나 남았는데
땡겨먹은 외상값은 쌓여만 간다
바다는 촐랑촐랑 무언가를 졸라대고
개들은 바람을 좇아 컹컹컹 짖고
잠이 깬 정씨가 바다 쪽으로 부스스
괴타리를 푼다
힘없이 오줌이 옆으로 날린다
노동자의 곤고한 삶의 모습이 가슴 아프게 하는 민중시다. 굳이 여수라는 특정된 공간의 노동자가 아니어도 좋다. 여수의 노동자인 석수 정씨의 일상을 소개하면서 이 땅 도처에 아직도 수많은 정씨가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하루 벌어서 하루를 사는 노동자들의 힘겨운 생활을 소개하면서 시인은 핍진한 민중시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주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