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중 일
그 정갈하다는 절집살림이 궁금했을까
새벽 빗질자국 남아있는 질박한 사선을 따라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
홀린 듯 찾은 공양간은 저녁밥 짓는 시간이었나 보다
새파란 행자승과 눈이 마주쳤는데
서둘러 외면하기까지 잠시지만
어쩌다 남의 길 엿보게 된 것 같아
미안하기 그지없다
산문이라 들고나기가 조심스럽고
무소의 뿔을 당간처럼 내세우지만
뿔도 깃발도 사부대중과 함께 가나니
너무 외롭다 마시게
그날 인연이었던 초짜스님
지금은 진짜 중 되었겠네
시인은 정갈하게 한 풍경을 이루는 절집으로 든다. 아득한 시간이 흐르는 곳이며, 철저하게 자기를 꺾고, 갖가지 욕망으로부터 자신을 봉쇄하고, 비우고 또 비우는 수행의 공간인 산사에서 시인은 아직 불계를 받지못한 행자승을 만난다. 얼마나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어린 구도자인가. 시인은 그 깨끗한 마음밭을 느끼고 더욱 수행정진하여 득도의 경지에 이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산문을 나서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