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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등록일 2016-04-01 02:01 게재일 2016-04-0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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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형 하
오래오래 집을 비워 산그늘도 적막 한 채

하늘빛도 무거운 나뭇가지 어깨를

바람이 떠받드는 집

낮달 신발 벗는 소리로 복사꽃은 지고

어깨 좁은 들길로

쑥부쟁이 하늘 길로 마구 자라나

담을 넘는 한나절

이 봄날 외로움이 비칠거리네

넓은 마당가에는

귀 닫은 지 몇 십 년이 된

산그늘 한 채 사립 대문으로 걸어 나오고

나뭇가지 흔들거리는 하늘 길은

뒤뜰 담자락마다 나뭇가지로 흔들리는 가슴이네

먼 길 떠난 주인의 그리운 가슴이네

들길이 사립 대문을 혼자 열고 있네

빈집에는 온기가 없다. 따숩게 사람의 온기를 나누며 알콩달콩 살았던 사람들이 떠나고 텅 빈집에는 무거운 산그늘이 들기도 하고 무심히 떨어지는 햇살도, 지나는 바람도 잠시 머무는 황폐한 공간이다. 언제 다시 사람의 온기가 퍼지는 생명의 공간이 될 지는 모른다. 그저 텅빈 공간으로 남겨져 있을 뿐이다. 어쩌면 시인은 빈집을 제재로 홀로 세상을 견디는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 모두가 떠나가버린 홀로된 사람의 경우는 이 시에서 설정하는 황량하고 황폐한 빈집의 공간과 무엇이 다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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