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 희
아득한 깊이로 내린다
만 리 밖 넓고 깨끗한
하늘 나라로 떠난
어머니의 무거운 침묵이
갓 깨어난 목련화
하얀 꽃잎처럼
내 가슴에 피어나고 있다
이른 봄 지독한 몸살
흔들림 살아온 허공 같은 삶
낡은 세월의 창가에
비가 내리고 있다
아직은 잔설이 산자락에 남아있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데 이른 봄비가 내리고 있다. 봄비를 바라보며 지난 한 생을 돌아보는 노 시인의 눈도 시안도 깊고 그윽하다. 생명을 얹어주신 어머니가 떠나간 하늘 자락으로 머지않아 그 길을 가야하는 자신을 들여다보며 때로는 지독한 몸살에 아팠던 시절도 있었고 흔들리는 허공의 삶을 산 적도 있었다고 고백하는 시인은 그래도 깨끗하게 내리는 봄비를 바라보며 하얀 목련화 꽃잎을 가슴 속에 떠올리며 새로운 삶에의 희망을 가져보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