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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은밥단술

등록일 2016-03-25 02:01 게재일 2016-03-2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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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성 우
남은 보리밥과 누룩이 자박자박 눌려진 독이 부뚜막에 올려져 있었다 하루 이틀 사흘, 밥풀이 녹아내려 식은밥단술 되었다

하릴없이 얼굴 그을리다 몰려온 아이들은 식은밥단술에 사카린을 탔다 한모금만 마셔도 밍밍한 여름방학이 달큼해져왔다

니 뺨이 더 뻘겋다 니 뺨이 더 뻘겋다 뒷마당 장독대에는 분홍 주홍 빨강 봉숭아꽃들이 시끌벅적하니 피어올랐다

먹다 남은 보리밥과 누룩을 섞어서 단술을 만들어 군음식으로 먹던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시인은 정겨운 언어들로 짧은 서사 하나를 우리에게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람다움이 넘치는 아름다운 시골의 정경과 정서속에서 각박하기 이를 데 없는 현실의 냉랭함과 가파른 정서와 사람관계들, 거기서 입은 상처들이 치유되는 감동을 거느린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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