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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유권자, 공천 심판해야

등록일 2016-03-22 02:01 게재일 2016-03-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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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재휘 논설위원
▲ 안재휘 논설위원

`달이 태양을 가리면, 민(民)의 광채는 졸(卒)로 퇴색한다. 때문에 그 나라와 누리는 과연 누구의 것인가를 새삼 묻게 된다. 나라와 권력은 민을 위해서 있다는 것만으로는 모자란다. 나라와 권력 그 자체가 민의 것이라야 한다.`

동아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언론인 김중배(金重培)가 펴낸 `민(民)은 졸(卒)인가`라는 평론집 서문에 나오는 대목이다. 김 선배는 엄혹한 시절을 어렵게 살아낸 많은 기자들의 표상이었다.

`막장 드라마`라고 불리며 온 국민을 `정치 넌더리` 속으로 몰아넣던 여야의 20대 총선 공천이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새누리당 TK(대구 경북)지역의 공천이 이렇게 전국적인 관심사가 됐던 적은 없었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현직의원들에 대한 섭섭함을 표출한 이래 TK지역 공천은 예측불허의 혼돈 속으로 몰려갔다. 지역에 몰아친 세찬 바람은 민심을 누더기로 만들어가며 갈등을 양산해왔다.

`진박 마케팅`이라는 희한한 전략을 통해 TK지역 공천을 장악하려던 친박 핵심의 전략은 아무래도 큰 성공을 거둘 수는 없을 것 같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 이한구 위원장이 논란의 중심인 유승민 의원에게 거듭 `자진사퇴`를 압박하는 양상은 `박심`과 `민심`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우스꽝스러운 행태다. 악역을 맡아 득의양양 휘둘러오던 `컷오프` 칼춤을 우뚝 멈추고 딴 소리를 거듭하는 모습은 상식에 와 닿지 않는다.

새누리당과 더불어 국민들의 뇌리에서 좀처럼 떠나지 않는 단어들이 있다. `상향식 공천`, `공천혁명`, `전략공천 종언` 등등의 문구들이다. 그러나 이한구 공관위는 지역구 253개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08개(43%)를 단수·우선추천지역으로 정했다. 내용적으로 일부 친박계 핵심들은 본선으로 직행한 반면, 여론조사에서 강세를 보였던 주요 범 비박계는 경선조차 못치르고 `컷오프` 당했다.

새누리당은 이 같은 이율배반적인 결과에 대해서 두고두고 추궁받을 것이다. 김무성 대표가 부르짖던 `공천혁명`은 처참한 실패로 돌아갔다. 당내 역학관계에서 불리했던 김 대표의 형펀을 국민들은 다 안다. 국회에서 다수를 장악한 집권여당이 오랫동안 공언해온 약속을 그렇게 스스로 허망하게 깨부수었는데도 그냥 넘어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만 우두커니 남아 있다.

TK지역 20대 총선은 속속 `새누리당 후보 대 무소속 후보`의 대결구도가 형성돼가고 있다. 많으면 10곳 안팎에서 새누리당의 하향공천에 불복한 여권 정치인들이 결전을 벼르고 있는 형국이다. 보수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이 되는 TK지역 특성 때문에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일이지만, 당연한 귀결이다. 정당의 공천과정이 투명하지 못하고 공정성이 심히 훼손됐을 때 유권자들이 직접 그 당부(當否)를 가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제 전 국민의 이목은 민심을 들쑤셔왔던 새누리당의 공천행태를 TK지역 유권자들이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비록 그 방식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을지언정, 현존하는 지역 정치인 중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훼방 놓으려는 사람은 없다. TK총선에서 형성되는 표심에는 후보자들의 역량을 견주는 평점에 더해 새누리당의 공천에 대한 엄정한 평가가 오롯이 담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21세기 대명천지에 감히 백성의 뜻, 민주주의의 `태양`을 가리려는 `달`은 과연 누구인가. 나라와 권력의 주인이 `국민`임을 망각하고 민심을 오독(誤讀)한 정치세력은 어느 쪽인가. 유권자들은 두 눈 부릅뜨고 `진짜배기`를 찾아내야 한다. 특정세력에 대한 찰나의 충신이 아닌, 국가와 지역의 미래에 대한 영원한 충신이 누구인지를 밝혀내야 한다. TK지역을 대표해, 터럭만큼의 사심도 없이 나랏일을 맡아 몸을 던져 일할 참 일꾼이 누구인지를 기필코 가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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