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얘기가 아니다. 친박연대는 정확히 8년전인 18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공천과정에서 친박계 현역의원들을 대거 떨어뜨리자 낙천의원들을 중심으로 결성한 정치결사체를 가리킨다. 이에 비견되는 `비박연대`는 최근 새누리당이 비박(비박근혜)계 현역 의원들을 대거 낙천시킨 데서 비롯된 것으로, 8년 전의 `친박(친박근혜)연대`처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4·13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천에 떨어진 비박계 현역의원들의 면면을 보면 정치권에서 하나같이 이름있는 이들이다. 먼저 친이계 `좌장`격인 경북 영양출신의 5선 이재오 의원을 비롯해 3선의 주호영·진영 의원 등 중진들이 포함돼 있어 이들이 `비박연대`라는 정치결사체를 만들면 여의도 생환가능성이 꽤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짐작도 든다. 17일 현재 주요 비박계 현역의원 중 컷오프(공천배제)된 사람은 수도권에서는 이재오(서울 은평을)·진영(서울 용산)·안상수(인천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 의원이 있고, 지역에서는 주호영(대구 수성을) 의원과 재선의 조해진(경남 밀양시의령군함안군창녕군) 의원 등이 포함된다. 여기에 초선이지만 소위 `유승민계`로 분류돼온 김희국(대구 중구남구)·류성걸(대구 동구갑)·이종훈(경기 성남시분당구갑) 의원 등과 임태희(경기 성남시분당구을)·강승규(서울 마포갑) 예비후보 등 친이계 출신 전직 의원으로서 비중있는 원외인사들도 공천에서 배제됐다.
이들끼리 비박연대 결성 가능성이 점쳐지는 건 상당수가 공천심사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며 반발하고 있고, 이미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거나 출마 의사를 내비치는 인사들이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3선 출신인 임태희 전 의원이나 강승규 예비후보는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안상수 의원도 “공천결과에 대한 재심을 요청하고 재심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무소속으로 출마한다”고 밝혔고, 조해진 의원도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주요 비박계 낙천자들의 무소속 출마행렬이 현실화되면 지난 2008년 18대 총선 공천과정에서 대거 탈락한 친박계 인사들이 `친박연대`로 바람을 일으키며 국회 재입성의 쾌거를 거뒀던 일이 재연되지 말란 법도 없다. 선거판에서 기세란 게 있어서 어느 쪽으로든 한번 기울어지면 걷잡을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8년전 친박연대에는 차기대선 주자인 박 대통령이란 정치적 구심점이 있었던 반면 현재 비박계는 뚜렷한 구심점이 없고 각자 처한 상황이 달라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다는 게 차이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비박연대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유승민 의원의 공천배제 여부를 두고 새누리당 공관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주류 친박계와 청와대는 낙천자들의 비박연대 결성을 겁내기 보다 임기내 레임덕과 총선이후 적전분열 양상을 더 불편하게 생각하는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경선 여론조사가 한 사람에게 이중삼중으로 이뤄져 불공정논란이 거세게 일고있는 데도 불구하고 공관위가 여론조사 결과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이유를 뚜렷이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상황이면 반드시 쳐내야 할 후보를 경선에 참여시킨 후 여론조사결과와 상관없이 면접 등 심사점수를 종합해서 솎아내버리는 편법도 동원될 수 있다. 이 경우 후보는 무소속 출마도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공관위가 그런 꼼수를 부렸다가는 `빈대잡으려다가 초가삼간 태우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새누리당 공천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대파를 숙청하는 공천학살이란 비판과 함께 과정 전체가 불공정했다는 불신을 사게될 것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공천파동`의 한 가운데 서 있는 동안 유승민 의원은 최근 실시한 차기 대권 주자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 이어 오차범위내 2위에 올랐다고 한다. 이쯤되면 유 의원은 `울고싶은 데 때려주길` 바랄 수도 있다. 예전 친박연대가 걸었던 길, 비박연대가 또 다시 걷게될까. 이번 총선의 흥미로운 관전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