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경 원
낡은 궤짝들 틈에 낀
정어리의 붉은 눈 앞에서 멈춘다
모든 사랑들은 겹겹의 안개를 헤집고
찾아낸 새벽 모퉁이
그 한 여자의 충혈된 불면 속으로 모였었음을
발길을 돌려 스무 해 전의
내 몽정 속으로 때늦은 귀향을 한다
새벽 어물전에서 청춘의 시간들을, 그 열정의 순간들을 기억해내는 시인은 그 순간들이 헛된 것이 아님을 느낀다. 붉은 눈, 새벽, 충혈, 불면, 어쩌면 충동적이고 격정적인 지난 시간들의 기억을 더듬으면서 가만히 현실의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다. 우리에게도 지나간 아름다운 청춘의 시간들이 있었다. 가만히 뒤적여보고 싶은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