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이 대
거기 있어도 못 보았을 뿐이다
초록으로 옷을 입고
하얗게 웃으며
가까이 오라고 손짓을 한다
곱게 빗질한 꽃잎이 풋 각시 얼굴처럼 앳되다
옛날에도 들길에 피어 있었고
작년에도 어디서든 피었을 것을
옷깃을 스쳐도 모르고 갔다
목이 마르면 시들면서 제 몸을 짜내고
바람에 넘어지면
스스로 일어나서 꽃이 핀다
밝은 얼굴로 웃다가도 금새 울 것만 같은
개망초꽃이
오늘은 나를 똑바로 보고 있다
우리는 언제 만났고 또 언제 헤어졌는지
생각 하고 있다
개망초꽃은 이 땅 어디든 피어올라 늘 푸근하게 눈맞춰주는 정겨운 꽃이다. 그리 화려한 색깔이나 모양을 갖춘 꽃도 아닌 그냥 수수한 들꽃이다. 삶은 계란을 칼로 잘라보면 그 모양이 개망초꽃 같다고 하여 계란꽃이라고도 부른다. 언제 보아도 수수하고 푸근한 이 땅 사람들의 고운 심성을 빼닮은 듯해서 편안하게 다가오고 다가가고 싶은 꽃이 아닐 수 없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