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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인생 담백한 필체로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6-03-04 02:01 게재일 2016-03-0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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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놈아`   배동현   시집. 한강출판사

포항의 중견 시인 배동현(72)씨가 다섯번째 시집 `그래, 이놈아!`(한강출판사)를 펴냈다.

시사일보 경북취재본부장으로 재직 중인 배 시인은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하면서 틈틈이 문학가로서 시와 칼럼 등을 연재하고 있다.

배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인간과 인생을 눈녹듯 담백한 필치로 담아냈다. 특히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을 따뜻한 시어에 담아내는 서정시들이 잔잔한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매화송``강나루``춘래불사춘-백령도`같은 시들은 시인의 간결한 시심(詩心)으로 독자의 긴 여운을 이끌어내고 있다. 시적 대상의 서정적 정감을 간결하면서도 진솔한 시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은유와 비유를 시어에 잘 인용하는 유연성을 가졌다. 특히 간결하며 언지지장(言短志長) 같은 작품들은 시인의 연륜의 내공이 시의 깊이를 더해주고 있다. 이 밖에도 산문시 형태를 취하면서 삶의 현장에서 부대끼고 부딪치며 길어올린 육성 같은 서정시, 생명을 관찰한 시들도 많이 실었다.

시집의 제목이 된 시`그래, 이놈아!`를 읽어보자.

“세월이 가다 서서/날 한 번 쳐다보며/그래, 이놈아 욕질한다//또 가다 뒤돌아서서/ 한 번 더 째려보며/그래, 이놈아 또 욕한다//그래, 이놈아 하는 것은 분명히 욕은 욕인데/세월이 뭣 땜에 내게 욕할까//나야 별로 유명치도 못하고/탐탁지도 못한 인물일진대/행여 세월이 잘못 보시고/하신 말씀은 아닐는지//그래, 이놈아 하신 말씀은/분명히 성철 스님 말씀인데/곰곰이 생각하니 성철 스님 욕설은/욕이 아니라카던데.”

시인은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끝까지 다하는 뜨거운 휴머니스트다. 자아를 닦는 일상의 수행법과 물질만능 시대의 인간성 회복 문제 같은 것들을 선승 성철 스님의 설법을 인용해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다. 진솔한 삶의 애환을 담은 자신만의 삶이 배어 있는 소중한 시편을 조심스럽게 내놓는다는 시인의 말이 전해지는 부분이다.

배동현 시인은 “30여 년의 기자생활과 바다살리기 국민운동 활동 등 사회활동을 통해 삶에 대한 진실된 의미를 탐구한 것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됐다. 이번 시집이 소박하지만 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진심 어린 기쁨을 안겨 주는 들꽃같은 아름다움을 전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배씨는 2001년 해동문인협회에 입회하면서 본격적인 문학활동을 시작했다. 2009년 8월 문학공간 시 부문 문학상과 대통령상, 대한민국 환경대상, 자랑스런 경북도민상 등을 수상했고 2014년 시집`단기 4346년의 계사장초`로 `제20회 한국시인연대상`에서 본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풍등`, `여울목` , `바람의 추억, 세월에 지다`, `단기 4346년의 계사장초` 등이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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