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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잔혹사(殘酷史)

등록일 2016-02-16 02:01 게재일 2016-02-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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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재휘 논설위원
▲ 안재휘 논설위원

개성공단이 끝장났다. `가동중단`이라고 쓰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끝장났다`로 읽는다. 지난 2004년 12월에 본격 가동돼 만 11년이 넘도록 `남북교류의 상징이요, 평화통일의 희망`이라고 일컬어지던 모델하우스가 우여곡절 끝에 결국 파장을 치고 말았다. 박근혜정부의 전면 가동중지 결정을 놓고 정치권은 또다시 상반된 반응을 내놓으며 맞서고 있다. 새누리당은 적극 찬성하는 반면, 야당 정치인들은 `결정적 패착`이라고 물어뜯고 있다.

개성공단은 경기도 개성시 봉돌리 일대 9만3천㎡(2만8천여 평) 면적에 조성된 공업단지다. 지난 2000년 6·15공동선언 이후 추진된 남북경제협력사업의 하나로 체결된 `개성공업지구건설운영에 관한 합의서`가 공단조성의 단초가 됐다. 북한의 근로자철수 조치로 2013년 4월8일부터 9월15일까지 가동이 중단된 바 있지만, 연간 생산액이 2014년 4억7천만 달러, 2015년 1~11월 5억1천500만 달러에 이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기획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완성한 개성공단은 한반도 평화를 전제로 한 하나의 가설이었다. 의심스러운 구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남북한 지역 상호조성이 아닌, 북한지역에만 일방적으로 국내자본을 투자하는 것이 안전한지에 대한 의문도 있었다. 그러나 국민들은 참았다. 국민들의 인내에는 `평화통일`의 염원이 담겨 있었고, 북한의 선의를 신뢰해온 진보정권의 설득도 작용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2006년 10월 9일 제1차를 시작으로 4차례의 핵실험과 함께 미사일 발사실험을 거듭했다. 그럴 적마다 우리는 거액의 달러자금이 흘러들어가는 개성공단의 적절성 여부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말해서, 김대중·노무현의 `햇볕정책`은 실패했다. 아니 상대방의 외투를 벗겨버리겠다는 의도가 뻔히 드러나는, `햇볕정책`이라는 이름의 대북정책은 시작부터 이미 실패를 잉태하고 있었다.

`햇볕정책`은 남한과 국제사회를 상대로 약속 뒤집기를 밥 먹듯 해온 거대 사이비종교집단 북한정권의 `맛있는 먹잇감`이었다. 북한은 핵을 만들 의지도 능력도 없다며 “만약 북한이 핵을 개발한다면 내가 책임지겠다”던 김대중도, “북이 달라는 대로 다 해주어도 남는 장사”라던 노무현도 이젠 이 세상이 있지 않다. 진정성 여부는 모르겠으되, 이쯤 되면 그들의 가설이 틀렸다는 것만큼은 최소한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현실은 정반대로 돌아간다. 개성공단 가설의 준 책임자격인 문재인은 이 사태와 관련 “박근혜정부는 경제에 이어 안보와 외교에서도 무능을 드러냈다”며 `정권 때리기`만 지속하고 있다. 그는 나아가 “북한이 개성공단 임금으로 벌어들이는 건 고작 1억 달러정도다. 개성공단 폐쇄로 북한 핵무기 자금줄을 끊는다는 것은 애초에 말이 되지 않는다”고 어쭙잖은 역성까지 들고 있다.

1억 달러가 `고작`이라니, 문재인은 아무래도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벌어들이는 돈을 등하굣길에 불량배들에게 해코지 당하지 말라고 아이들 호주머니에 넣어주는 상납금 정도로 생각하는 게 분명하다. 그런 그가 최근 차기 대통령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다는 통계가 아찔하다. 만약 북한이 개성공단에 전기를 넣고, 오랫동안 기술이 숙련된 5만여 근로자들을 부려 자체가동하기라도 한다면 저 윤똑똑이들 목소리는 더 높아질 게 뻔하다. 전쟁은 절대로 안 된다. 하지만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전쟁을 막을 수 없다. 평화를 스스로 지키려는 의지가 없는 자에게 평화는 거저 오지 않는다. 언제나 사생결단(死生決斷)으로 나오는 주린 늑대 같은 북한에 제대로 맞서기 위해서는, 우리가 더 이상 겁쟁이 돼지로 살아서는 안 된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체 대표들의 망연자실한 표정이 안타깝다. 연전 개성공단을 방문했을 적에 보았던, 선한 눈빛으로 묵연히 일하던 북한 근로자들의 모습이 눈앞에 삼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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