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진실(眞實)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 말 한마디에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경북(TK)지역에서는 온통 유치하고 낯 뜨거운 `진실한 사람 찾기` 게임이 한창이다. 지난 20일에는 아예 `진박`을 자처하며 20대 총선 대구지역에 출사표를 던진 6명의 `진실한 사람들`이 대구 남구의 한 식당에 모였다. 이른바 `진실한 6인방` 모임이다. 이날 참석자의 면면을 보면 박근혜 정부의 장관·청와대참모 출신으로 TK(대구·경북) 물갈이론의 주체들이다. 대구 동구갑의 정종섭 전 행자부 장관, 대구 서구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대구 중·남구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 대구 달성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 대구 북구갑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 대구 동구을 이재만 전 동구청장 등이다. 이들은 각각 류성걸·김상훈·김희국·이종진·권은희·유승민 의원 등 6명의 새누리당 현역의원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그중 이종진 의원은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이 출사표를 던진 직후 돌연 불출마를 선언해 `박심`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진박` 논란은 박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국무회의에서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주시길 부탁한다”고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그 직후부터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이른바 `진박(진실한 친박)` `가박(가짜 친박)` 논쟁이 벌어졌다. 지난달 19일에는 친박계에 `배신의 아이콘`으로 낙인찍힌 유승민 의원에게 도전한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의 출정식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친박계 행동대장급 의원들은 본격적인 `진박 마케팅`에 나섰다. 그러나 과거 수해 골프로 당에서 제명까지 당했던 의원을 선두주자로 한 이들이 `진실한 사람`을 목청껏 외쳐대는 모습이 그리 곱지만은 않았다. 그때까지도 `진실한 사람이 누구냐`에 대한 답은 없었다. 많은 국민들이 궁금해했다.
그러던 중, 박 대통령이 직접 답을 내놨다. 지난 13일 대국민담화 후 가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다. 박 대통령은 “진실한 사람은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을 받고, “진정으로 국민을 생각하고 나라를 걱정하는 그런 사람이라는 뜻이지 다른 뜻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20대 국회는 최소한 19대 국회보다 나아야 한다. 그런(진실한)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가야 국회가 제대로 국민을 위해 작동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실한 사람`이란 본래 말뜻대로라면 `국민이 선출하는 선출직이니 국민에 대해 진실한 사람`이란 뜻일게다. 그런데 박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은 왠지 `대통령 말 잘듣는 사람`이거나 `대통령 뜻을 거스르지 않는 사람`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이 대목에서 `유권자 입장에서 진실한 사람은 누구일까` 생각해보자. 유권자를 위해 `열심히 일했거나 일할 사람`일 것이다. 현역 의원이 임기동안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 지는 쉽게 알 수 있다. 임기동안 국회 본회의나 상임위에 얼마나 열심히 출석했고, 국민을 편안하게 하기 위한 법안을 얼마나 많이 제시하고 통과시켰으며, 지역구 발전을 위해 얼마나 많은 국비예산을 확보했으며, 여러 의정 평가기관에서 어떤 평가를 받아왔나 등을 살펴보면 된다. 그런데 진실한 찾기 게임이 시작되면서 이런 기준은 깡그리 무시됐다. 그저 박근혜 정부에서 장관이나 참모로 일했다는 이유하나로 `진실한 사람` 대열에 끼어 `진박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게 과연 `박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인가` 묻고 싶다. 절대 수긍할 수 없다.
심지어 최근에는 대구의 한 지역구에 출마하려고 예비후보로 뛰던 도중 좀처럼 지지율이 뜨지 않자 경북의 다른 지역구로 갈아 타고도 자신이 `진실한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후보도 있다. 이같은 사람들의 `진실하지 못한` 행보에는 `불편한 진실`이 깔려있다. 바로 “TK엔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오만이다.
대구·경북지역에서 `누가 과연 진실한 사람인가`를 여러분 모두에게 되물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