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태국의 한국어 교육 열풍

등록일 2016-01-18 02:01 게재일 2016-01-18 18면
스크랩버튼
▲ 임선애<br /><br />대구가톨릭대 교수·한국어문학부
▲ 임선애 대구가톨릭대 교수·한국어문학부

세계 언어 사용량을 조사하는 에스놀로그 사이트의 정보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어 사용자수는 7천720만 명으로 세계 13위이다. 이는 외국인들의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한 앎의 욕구 증가에 따른 현상이며, 이에 따라 한국어 교육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미주 지역, 일본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한국어 교육은 1990년 중반 이후 동남아시아 등지로 확대되었고, 2000년대 이후에는 서남아시아 및 중앙아시아는 물론, 동서 유럽 지역으로 확대되었으며, 최근에는 중남미와 아프리카 지역에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세종학당재단 연구자료) 실정이다.

필자는 최근 학생들과 함께 해외 한국어 교육실습 사업 수행 차 태국의 펫(차)부리를 방문했다. 태국에서의 한국어 교육은 1986년 송클라대 교양 과정에 한국어 강의를 개설하면서 시작되었으며, 현재는 대학, 세종학당, 한글학교, 중·고등학교, 사설 학원 등에서 한국어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가운데 최근 가장 활발하게 한국어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은 중·고등학교라고 한다. 태국 교육부는 2007년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지정했고, 2008년부터 중·고등학교에서 한국어 교육을 시작했는데, 2013년 기준 2만2천154명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고 한다. 태국 중·고등학교에서 한국어는 중국어, 일본어 다음으로 학생들이 선택하는 외국어이다.

우리 일행이 1개월 동안 한국어 교육실습을 할 장소는 펫(차)부리에 있는 프롬마누손 학교이다. 펫(차)부리는 방콕에서 승용차로 2시간 정도 남쪽으로 달리면 있는 도시이며, 프롬마누손 학교 뒷산에는 태국의 문화유산인 프라나콘키리 역사박물관이 있다. 프라나콘키리 역사박물관은 라마 4~5세의 여름 별장으로 쓰던 곳인데,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일행이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기다림 없이 탈 수 있었던 것을 보면, 관광객이 붐비는 곳은 아닌 것 같았다. 학교는 고등학생이 1천300명, 중학생이 1천700명으로 규모가 큰 학교인 만큼 교장선생님 한 분과 교감선생님 네 분이 130여 명의 선생님들과 함께 학교를 이끌어 가고 있는 중이다.

프롬마누손 학교의 모든 학생들은 영어는 필수이고,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 스페인어 등 10 개국 이상의 언어 중 3개의 언어를 선택해서 학습한다고 한다. 한국어 수업은 선택과 전공으로 나뉘어서 매회 당 2시간씩 수업을 하고 있다. 현재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학생 수는 90여명이며, 한국어 교사는 한국에서 파견된 한국인(원어민) 교사 한 분이 계신다. 한 반의 수강생 수는 10~30명 정도라고 하는데, 적은 수로 이루어지는 수업인 만큼 교사와 학생 간의 소통이 자연스럽고 유쾌하기 그지없는 것 같다. 수업참관을 하면서 그 이유를 유추해 보니 한국인 교사가 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분이어서 그런 효과를 보인 것 같다.

우리가 도착한 다음 날,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강당에 모아놓고 우리 일행을 소개하는 행사를 열었다. 한국어를 배운 태국인 학생들이 사회를 맡아서, 한국어로 우리 일행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말을 했을 때의 감동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벅찼다. 태국인 학생들의 한국어 학습에 대한 열의는 매우 높다. 수업이 진행되는 2시간 내내 수업에 몰입하는 정도는 대단하다.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는 소문이 나서 그런지 몰라도, 한국어를 배우지 않는 학생들도, 우리를 만나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다. 태국에서 한국 열풍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는 풍경이다.

세계화의 영향으로 국가와 인종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국가와 인종 간의 소통이 활발해 지고 있다. 한국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문화를 배우고, 한국을 상상하는 태국인 학생들…. 현지에 가서 그곳의 문화사회적인 맥락을 읽으며 한국어를 교육하는 우리 실습생들…. 그대들은 진정 글로벌 인재이니, 좋은 성과 있기를!

아침산책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