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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신년 담화

등록일 2016-01-15 02:01 게재일 2016-01-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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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삼권분립제의 폐해일까, 대통령 중심제에 젖은 대통령의 독선일까. 13일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담화를 본 상당수 지식인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내놓은 반응들이었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담화는 안보와 경제 두 축의 위기상황을 국민에게 알리고 위기타파를 위해 국민이 나서달라고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특히 박 대통령은 국회에서 선거구획정도 안되고, 국가경제와 국민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핵심법안들도 한 건도 처리되지 못한 현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신년담화를 되짚어보면 새해 벽두부터 북한이 기습적인 4차 핵실험을 감행했고, 지난 금요일 종료된 임시국회에서는 선거구도 획정짓지 못한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으며, 국가 경제와 국민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핵심법안들이 한 건도 처리되지 못한 것이 이 나라의 안보와 경제위기를 동시에 맞게되는 비상상황을 불러왔다는 요지였다. 그러면서도 박 대통령은 경제활성화법과 노동개혁 4법을 1월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번에도 통과 시켜주지 않고 계속 방치한다면 국회는 국민을 대신하는 민의의 전당이 아닌 개인의 정치를 추구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담화 말미에 박 대통령은 정치권이 아닌 국민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제가 바라는 것은 정치가 국민들을 위한 일에 나서고 위기의 대한민국을 위해 모든 정쟁을 내려놓고 힘을 합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국민 여러분들이 이런 정치 문화를 만들어 줘야 한다”

담화에 이은 기자회견에서는 예전의 국회를 `동물국회`로, 지금의 국회를 `식물국회`로 비유하는 초강성발언도 나왔다. 기존 정치권, 즉 현재의 국회에 대한 대통령의 불신이 얼마나 큰 지 규제프리존 특별법 제정과 관련한 발언에서 여실히 확인됐다. 박 대통령은 최근 정부가 도입한 규제 프리존과 관련한 기자의 질문을 받고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과감한 규제 철폐와 인센티브를 통해 적극적인 투자가 실제로 일어나도록 정책을 세웠다”면서 “이것이 법적으로도 잘 뒷받침돼야 하고 기반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규제 프리존 특별법을 곧 만들어…”라고 말하다가 갑자기 “어휴 그런데 뭐, 지금같은 국회에서 어느 세월에 되겠나. (법을) 만들기도 겁난다”고 한숨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이날 행사를 마치고 지역기자실을 찾은 박 대통령은 “규제 프리존 특별법을 만들어서 지역 전략산업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고 아주 특별히 규제를 풀어서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도록 힘쓰겠다”며 지역언론의 관심과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문제는 현재 국회 법안 처리의 키를 쥐고 있는 야당들의 반응이다. 더민주당 문재인 대표나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 등은 모두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반응일색이었다. 문 대표는 “재벌·대기업에는 희망이 되었을지 몰라도 서민과 중산층에는 절망만 주었을 뿐이며, 청년고용 절벽과 비정규직 차별, 전월세 대란과 가계부채까지 민생 해결 의지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평가절하했다. 안 의원 역시 “대통령의 해법은 대단히 실망스러우며, 안보와 경제, 민생 등 대통령의 인식에 절박감이 없다”면서 “무엇보다 선거구가 획정되지 못하는 전대미문의 상황은 근본적으로 대통령의 잘못된 대국회 압박과 여기에 동조한 새누리당의 잘못된 협상태도에 기인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이나 영국, 독일 등 대다수의 선진국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야당과 협조해 정국을 안정적으로 운영해나간다. 그런데 우리 정치권은 하루도 시끄럽지 않은 날이 없다. 비판을 위한 비판, 반대를 위한 반대로 날을 샌다. 이래서야 야당을 다독여 잘 이끌어가지 못하는 정부·여당도, 반대만 일삼는 야당도 국민의 눈에 미운 털이 박힐 뿐이다. 야당과 정치소수자를 존중하는 여당, 건설적인 비판으로 국정운영에 기여하는 야당의 모습은 언제쯤 볼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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