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낳은 천재 물리학자 이용후는 노벨상의 명예와 보장된 영화를 버리고 돌아온 조국에서 핵 개발 도중 의문의 교통사고로 죽임을 당한다. 이어 박정희 대통령까지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 의해 이해하기 어려운 죽음을 당하게 된다. 두 사람의 죽음으로 묻혀버린 비밀 유산과 그것을 찾으려는 미국의 음모가 시작된다. 10여년 후, 한 기자의 끈질긴 추적 끝에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는데….`
10여년 전에 감명 깊게 읽었던 김진명의 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의 줄거리다. 이 소설은 구소련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영원한 우방이 돼줄 것처럼 굴던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서 보듯 자국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일순간 철수해 버리고,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의식해 `아시아는 아시아인들의 것`이라며 아시아 안보에 발을 빼는 듯한 입장을 취하던 시기에 국가존망을 우려하던 박정희 대통령과 그의 국가적 이상을 실헌하기 위해 함께 한 실존인물 이휘소 박사의 죽음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이 소설은 한일관계, 박정희와 이용후박사, 국제사회의 변화, 독도문제, 남북문제 등 어느 것 하나 실제 사실과 그리 다르지 않은 상황 설정에다가 현실과 픽션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의 스토리 전개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이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영화로도 만들어져 화제를 모았을 때 이런 얘기들이 나돌았다. 시중에 주변국인 중국과 러시아, 북한이 이미 핵무장했고, 일본은 우라늄 농축을 하고 있어 언제라도 핵무장이 가능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핵무장을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래도 그때까지만 해도 북한의 핵무장을 미국과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박을 통해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랬기에 미국을 비롯한 핵무장국들과의 우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압박을 이기지 못한 결과이긴 하지만) 핵무장을 강력하게 주장한 세력은 없었다. 국민들도 마지못해(?) 동의했다.
그런데 2016년 병신년에 접어들자 말자 북한이 수소폭탄실험을 했다고 전격발표했다. 핵실험으로는 벌써 4번째고, 핵폭탄보다 더 강력한 수소탄 실험이란다. 이 말대로라면 그동안 우리 정부와 미국, 그리고 국제사회가 노력해온 여러가지 제재들이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 마당에 유엔안보리의 추가제재나 경제봉쇄 등이 북한의 핵무장을 해제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북한의 핵무장이 이제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자 위협으로 다가온 이 시점에 우리는 과연 어떤 대처를 해야 할까.
이런저런 상념을 떠올리다 핵실험 관련한 북한정부의 성명을 읽다가 묘한 기시감에 사로잡혔다. 북한은 성명에서 “방대한 각종 핵살인무기로 우리 공화국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침략의 원흉 미국과 맞서고 있는 우리 공화국이 정의의 수소탄을 틀어쥔 것은 주권국가의 합법적인 자위적 권리이며 그 누구도 시비할 수 없는 정정당당한 조치”라면서 “진정한 평화와 안전은 그 어떤 굴욕적인 청탁이나 타협적인 회담탁자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납게 승냥이 무리앞에서 사냥총을 내려놓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짓은 없을 것”이라며 “미국의 극악무도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근절되지 않는 한 우리의 핵개발중단이나 핵포기는 하늘이 무너져도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김진명의 소설에서처럼 북한의 핵이 남한과 손잡고 만든 것이 아닌데도 북한이 핵무장을 정당화하는 논리는 우리 상황에도 그대로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핵 정책을 다시 재고해야 한다. 국제사회의 압박을 통해 북한을 핵무장 해제시키겠다는 것은 허망한 바람에 불과하다는 걸 직시해야 한다. 핵무장국으로 둘러싸인 이 나라 백성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핵무장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묻는다. 이 땅에 무궁화꽃이 피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