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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 리스트

등록일 2016-01-06 02:01 게재일 2016-01-0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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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br /><br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사람들에겐 어떤 시작을 할 때면, 특히 새해가 시작되면 어김없이 나오는 이상한 버릇이 하나 있다. 습관과 버릇을 구분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어감 상 습관을 긍정적으로, 그리고 버릇을 부정적으로 본다면 분명 사람들이 어떤 일을 시작할 때 하는 짓은 버릇이다. 그 버릇은 바로 계획 세우기다. 계획 세우기가 왜 부정적이냐고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엔 계획 세우기 자체가 너무 형식적이다. 그것을 증명해주기라도 하듯 1월에 우리가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대표적인 말이 작심삼일(作心三日)이다.

안타까운 것은 사람들은 작심삼일이 될지 알면서도 계획을 세운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왜 지키지도 못할 계획을 계속 세우는 것일까. 희망, 기대감, 욕심, 대리만족, 보상심리, 불안감 등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희망이다. 그 희망이 다짐으로 이어지고, 또 다짐이 의지력 강한 실천으로만 연결된다면 그 사람은 성공한 삶을 살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의지는 실패의 블랙홀을 벗어날 만큼 강하지 않다. 그 이유는 사람들은 유혹에 약하기 때문이다. 참 재미있는 건 사람을 유혹하는 것도 사람이요, 사람의 유혹에 넘어가는 것도 사람이라는 것이다. 정말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어디 있을까. 그럼 사람들이 유혹에 쉽게 빠지는 이유는 뭘까. 필자가 보기엔 간절함, 절박함, 절심함이 덜해서이다.

현대를 사는 많은 사람들은 자의든 타의든 마음속에 큰 벌레 한 마리를 키우고 있다. 그 벌레의 이름은 `대충`이다.

`대충`은 사람의 마음에서 `간절함`만 골라 없앤다. `대충`에게 `간절함`을 빼앗긴 사람들은 큰 강에 빠져 허우적대는데 그 강의 이름은 `대강(大綱)`이다. 많은 사람들이 일의 시작에서 세우는 계획은 바로 이 `대층`과 `대강(大綱)`에서 온 것들이 많다. 그래서 이 계획들은 간절함이 빠진 이름만 계획인 것이다. 그런 계획은 이루면 좋고, 이루지 못해도 아쉬울 것 하나 없다. 이것이 되풀이 되면서 사람들의 안 좋은 버릇이 생겼다.

해가 거듭될수록 사람들의 계획이 더 공허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가 보기엔 그것은 반성은 없고 계획하는 행위만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과거 없는 현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망각의 늪에 빠져 과거를 잊어버린다. 사람들은 지난 시간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하지 않는다. 설령 반성을 한다고 하더라도 절실함은 없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할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공허한 계획의 결과가 어떤지를 사람들은 경험을 통해 안다. 사람들은 고통의 순간에 하나 같이 다짐한다, 두 번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슬프도록 재미있는 건 그 다짐은 그 때뿐이라는 것이다. 사람에겐 만병통치약이 있다. 그것은 시간이다. 시간이 스쳐지나 간 곳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모든 아픔이 사라진다. 특히 사람은 시간의 힘을 믿고 너무 빨리 고통의 상황을 잊어버린다. 그리고 너무도 태연하게 다시 그 고통의 길로 들어선다. 그리고 더 심한 고통의 경험을 하고는 또 잊어버린다. 무한반복 되는 이 고리가 어쩌면 사람들을, 그리고 이 사회를 더 독하게 만드는 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이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필자는 `버킷 리스트 (bucket list)`에서 그 답을 찾았다. 버킷 리스트를 국어사전에서는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리스트”라고 그 의미를 정의하고 있다. 아마도 `버킷 리스트`라는 영화를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죽음을 목전에 둔 두 배우가 절박한 마음으로 생애 마지막 할 일을 정하는 장면을.

지금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부담으로 느껴지는 사람들은 `버킷 리스트`를 작성한다는 각오로 다시 계획을 세우자. 만약 그렇지 않으면 2016년과 2015년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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