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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을미년의 회상

등록일 2015-12-31 02:01 게재일 2015-12-3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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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곤<br /><br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매년 이맘때쯤이 되면 지난 한해를 되돌아보고 연초에 다짐했던 일들을 성실히 수행했는지, 계획만 세워 놓고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건 없는지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된다.

365일이라는 긴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싶었지만 막상 연말이 되어 되돌아보는 지난 시간들에 미련과 아쉬움이 남는 건 비단 필자만의 회한은 아닐 것 같다. 길게만 느껴졌던 일 년이었지만 지나고 나면 한 달도 채 안 되는 시간을 지내온 듯 짧게만 느껴진다.

올해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고의 아픔을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극복하자는 취지와 12간지 동물 중 가장 온순하고 무리에 잘 적응하며 공동체 생활을 잘 하는 `양`의 기운을 그대로 이어받고자 하는 강한 의지로 을미년 새해를 힘차게 시작했었다. 하지만 `중동기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라는 새로운 질병이 국내에 유입되면서 우리의 삶과 가치관에 또 다른 변화와 충격을 동시에 안겨 줬다. 새로운 질병에 대한 정부의 허술한 대처와 의료기관의 안일한 질병관리가 186명의 메르스 환자와 38명의 사망자를 불러오는 결과를 낳았으며,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을 2%대로 추락시키는 주요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리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파문은 정부와 정치권의 새로운 이슈로 부각되면서 국회를 파행으로 치닫게 하는 또 다른 불씨가 됐다. 세밑이 되면 늘 느끼지는 아쉬움 이지만 유독 그 크기와 무게의 중량감이 과중하게 느껴졌던 을미년 한해 한국미술계와 지역미술계를 찬찬히 되짚어 본다.

지난 5월 임흥순 작가가 세계 최대 현대미술 축제인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에서 `위로공단`으로 은사자상을 받은 건 올해 한국미술계의 가장 큰 희소식이었다. 하지만 지난 10월 한국화단의 대표적인 여류화가 천경자 화백의 별세 소식이 유족들에 의해 2개월이 지나서야 세상에 알려지면서 슬픔과 아쉬움을 더해줬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중인 `미인도`의 진위여부는 그의 죽음과 함께 미술계에 또 다시 진실공방의 불씨를 붙이는 자극제가 되었다. 지난해부터 국내 미술시장을 뜨겁게 달구기 시작한 단색화 작품들은 올해에도 미술시장의 훈풍으로 작용해 새로운 기록들을 만들어 내었다. 지난 16일 올해 마지막 경매를 끝낸 서울옥션은 낙찰총액 1천78억원을 기록해 1998년 서울옥션이 설립된 후 낙찰총액이 1천억원을 넘긴 것은 역대 처음이다. 이에 앞서 지난 10월 서울옥션의 제16회 홍콩경매에서는 김환기의 작품 1점이 3천100만 홍콩달러(약 47억2천100만원)에 낙찰되며 국내 작가 미술품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전 기록은 2007년 5월 서울옥션 국내 경매에서 45억2천만원에 낙찰됐던 박수근 화백의 `빨래터`였다. 그리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수장이 46년 만에 외국인 관장으로 교체되는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MACBA) 관장을 지냈던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Bartomeu Mari Ribas)로 교체되어 새로운 한국의 현대미술을 이끌어 나갈 예정이다.

대구·경북 역시 미술계의 다양한 사건·사고들이 다사다난 했던 한해를 장식했다.

2011년 5월 개관한 대구미술관이 3년 7개월만인 지난 1월초 관객 100만명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유성건설 김인한 회장이 그동안 수집했던 국내·외 유명작가 작품 456점을 대구미술관에 기증하고 재일교포 사업가인 하정웅 역시 광주, 부산, 포항에 이어 대구에 46점을 기증하는 등 미술품 기증운동의 새로운 바람을 불어 일으키기도 했다. 국내 대표적인 사립미술관인 간송미술관 대구 분관건립에 관한 협약식이 마련된 것과 경주 엑스포 공원에 건립된 솔거미술관에 한국화가 소산 박대성이 830여점의 소장품을 기증한 것 역시 빼 놓을 수 없는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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