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대표적인 것이 인성교육진흥법. 우리는 2014년 4월에 세상을 다 잃은 것 같은 큰 절망을 경험했다. 바로 세월호 참사!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비통함에서 좀처럼 헤어나지를 못했다. 사람들은 외쳤다. “우리는 당신들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 외침은 공허한 부르짖음에 지나지 않았다. “절대”라는 말은 사람들이 자기변명을 위해 만들어 놓은 단어라는 것을 이번에도 사람들은 행동을 통해 보여주었다. 그래도 아픔이 너무 컸던 사고였기에 사고 당시만큼은 아니지만, 세월호의 아픔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세월호 참사는 참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다. 사람들이 하는 일이 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어서 안타깝지만, 그래도 큰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한 많은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는다.
그래도 안타까운 것은 우리 국민들의 망각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망각이 때론 약이 된다지만 중요한 일을 너무 쉽게 잊어버리는 이 나라 사람들에겐 망각은 분명 독(毒)이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잊고 살고 있다. 아니 잊지 말아야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잊은 척 살고 있다. 그러다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남 탓하기 바쁘다.
남 탓하는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가 무리를 잘 만든다는 것이다. 무리의 크기는 중요치 않다. 왜냐하면 무리를 만들기만 하면 그 무리를 키워주는 세력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 세력은 언론이다. 요즘은 종편이다 뭐다 해서 언론이 넘쳐나고 있다. 언론들은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어떻게 되었던지 한탕을 터트려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 언론은 작은 일에도 전문가를 앞세워 떠들어댄다. 아마도 대한민국만큼 전문가가 많은 나라도 없을 것이다.
언론이 활동을 시작하면 제일 시끄러워지는 곳은 광화문, 서울 시청 등 서울의 광장들이다. 그런데 이 곳은 말이 광장이지 사실은 가장 어두운 밀실이다. 왜냐하면 떼로 모인 사람들은 뭔가를 외치고 있지만 그 외침은 자기들끼리만 아는 암호 같은 말이기 때문이다. 밀실들이 모여 만든 광장이기에 서울의 광장들은 어둡다. 그래서인지 광장엔 촛불이 늘 들러리를 선다.
올해도 참 많은 촛불들이 밀실 같은 광장에 켜졌다.
인성교육진흥법! 사람들은 그 법이 칠흑 같은 교육계를 환히 밝혀 줄 촛불이라고 생각하고 그 법의 시행을 손꼽아 기다렸다. 언론은 “대한민국의 희망 인성교육진흥법 탄생”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많은 일들이 그렇듯 그것으로 끝이었다. 아직 일 년도 안 지났지만 사람들은 인성교육진흥법이 있는지 조차 모른다.
많은 사람들은 2015년이 제발 2016년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필자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딱 한 가지 예외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인성교육진흥법이다. 이 법은 교육계를 넘어 우리 사회를 위해서 꼭 필요한 법이다. 다른 법들은 다 치우더라도 이 법만큼이라도 2016년도엔 제대로 시행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들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 그런데 과연 이 나라 선생들 중에서 예의를 아는 사람이, 또 자신의 것을 다 내어 놓고 참 봉사를 실천하는 선생들이 몇 명이나 될까.
곧 2016년 병신년이다. 그런데 새해 시작에 앞서 걱정이 크다. 병신(丙申)년이 아니라 병신(病身)년이 되지 않을까 해서.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교사를 위한 인성교육진흥법`이 조속히 제정 시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