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릿 아트 뮤지엄` 작가 17명<br>벽화거리 조성에 팔 걷어 붙여<br>일회성 아닌 장기적 계획 추진
예술인들이 구도심을 예술문화거리로 만들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포항시 북구 중앙동 육거리 실개천 뒷골목은 한 호텔이 오랜 기간 빈 상가로 방치돼 있을 뿐 아니라 어둡고 침침했다. 주변엔 각종 쓰레기와 오물로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가로등 역시 부족해 우범지역처럼 보였다.
그런데 최근 이 골목 벽면에 작가들의 작품이 하나, 둘 그려지고 밝고 아름다운 색들로 가득차면서 보는 이의 마음을 활기차게 만들고 있다.
이번 벽화는 미술비평 빛과삶연구소(소장 이나나)의`스트릿 아트 뮤지엄(거리의 미술관)`기획팀 소속 작가들에 의해 시작됐다. 벽화 작업을 주도한 이나나 소장은 “중앙동 우체국에서 육거리에 이르는 지역은 한 때 포항 경제의 중심지였던 명성에도 지금은 텅 빈 상가와 어두운 뒷골목만 남아있는 현실이 안타까워서 시작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실개천 거리에서 문화공간 아트갤러리 빛을 운영하면서 `우리지역 스타작가 알아가기`등 지역 작가들의 전시를 기획하고 음악 공연 등 문화의 거리를 조성하는 것이 곧 중앙상가 활성화의 밑거름임을 강조했다.
이번 벽화작업이 기존의 작업들과 남다른 것은 바로 예술가들이 직접 나섰다는 것. 지금까지 곳곳에 벽화 작업이 이뤄졌지만 특별한 주제 없이 단순히 비전문가인 봉사자들에 의해 하루 성과물로 끝이 남으로써 벽화의 노후관리가 되지 않는 단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일회성 벽화물이 아니라 중앙동 구도심을 볼거리가 있는 거리의 미술관으로 만들겠다는 장기적 계획아래 시작된 만큼 참여 작가들은 벽화의 테마를`음악의 거리`로 명명했다. 이번 벽화가 시작된 골목주변이 음악 관련 실용학원과 이벤트사가 많고 화가의 작업실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출품작들은 한국화, 서양화, 조각, 만화 등 작가 17명의 개성 넘치면서도 완성도 높은 작품들이다.
벽화작업에는`행복한 춘심이`의 작가 이철진을 비롯해 이종길, 김창수, 이나나, 정송자, 김경민, 김미숙, 장미화, 서동진, 이숙영, 박계현, 장수정, 김영수 작가와 촉망받는 미술 전공자 신노을, 이중주, 이영지씨가 참여했다.
이철진 작가의`행복한 춘심이`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돼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을 선사한다. 장수정 작가의 붓을 타고 날아다니는`그림마녀`는 그림으로 행복을 전하겠다는 작가의 메시지를 담은 일종의 자화상이다. 정송자 작가는 도시에 음악이 흐르고 웃을 수 있는 거리를 만들기 위해`음악 인상`을 그렸으며 만화가 김경민 작가는 젊은 감각으로`바이올리니스트 린제이 스털링`을 만화형식으로 표현, 음악의 거리에 만화적 감성을 더했다. 서동진 작가는 고양이가 지붕을 타고 내려오자 너무 놀라 온 몸이 까맣게 변한 새들이 푸드덕 날아오르는 `빨간 고양이, 깜짝 놀란 새`를 선보였다. 그런가하면 이숙영 작가는`응답하라 1988`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들국화의 노래 `걱정말아요 그대` 가사를 쵸크 아트로 선보여 지친 청춘들에게 희망을 전한다. 이나나·김영수 작가가 공동 작업한 `담장위에 올라간 건방진 고양이`는 바람이 우는 피아노 소리에 반한듯하며 김미숙 작가가 그린 모란은 탐스럽다. 박계현 작가는 젊은 연인들을 위해`해피 버쓰데이 투유`라고 나지막히 읊조리며 꽃다발 더미를 내민다.
이철진 작가는 “지역을 아름답게 가꾸고자 나선 예술가들의 예술혼이 깊이 담겨진 만큼 이 거리를 지나는 이들의 마음은 겨울에 내리는 오후 햇살처럼 포근하고 아늑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