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도 3주밖에 남지 않았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벌써”를 연발할 것이다. 우리는 다양한 시간 속에 살고 있다. 그 중 물질적인 시간과 심리적인 시간 사이에는 언제나 차이가 존재한다. 그 차이가 크면 클수록 아쉬움과 후회, 미련 등의 부정적 감정은 더 커진다. 우리는 그 차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한다. 그 노력을 돕기 위해 시간 관리법이라는 책까지 나왔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시간 관리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시간을 잘 관리한다고 해도 지금의 사회 변화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변화 속도는 예측을 불허할 만큼 빠르다. 미래 학자 앨빈 토플러는 속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교를 했다. “기업이 시속 100마일로 변화의 속도를 낼 때, NGO는 90마일, 가족은 60마일, 노동조합은 30마일, 정부 관료조직과 규제기관들은 25마일, 학교는 10마일, UN과 IMF 등 세계적인 관리 기구는 5마일, 정치조직은 3마일, 법은 1마일”
이런 변화 속도 차이는 속도가 다른 요소 간의 충돌을 야기하고, 그 충돌은 필연적으로 사회 혼란을 초래한다. 우리 사회가 당면한 많은 문제 또한 변화 속도 차의 산물이다. 정부는 나름대로 발 빠르게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것이 통하지 않는 것은 정부가 사회 변화의 속도를 따라 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연말이 되면 교수 신문에서는 교수들을 대상으로 그 해의 사회 상황에 가장 잘 맞는 사자성어를 조사 발표한다. 지금까지 발표된 사자성어들을 보면 우리나라 사회가 얼마나 혼란스러웠는지를 알 수 있다. 2014년 지록위마(指鹿爲馬·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일컫는다), 2013년 도행역시(倒行逆施·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 2012년 거세개탁(擧世皆濁·온 세상이 모두 탁해 지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바르지 않아 홀로 깨어 있기 힘들다). 더 이상의 예를 들지 않아도 우리사회의 모습을 짐작할 만하다.
교수 신문은 2015 사자성어로 `본을 바르게 하고 근원을 맑게 한다`는 뜻의 정본청원(正本淸源)을 선정했다. 교수들은 어지러운 상황을 바로잡아 근본을 바로 세우고 상식이 통용되는 사회를 만들자는 의미에서 正本淸源을 2015년 희망 사자성어로 선정하였다고 말했다. 이 말 뜻은 그만큼 지금 우리 사회가 근본이 바로 서 있지 않고 또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사회가 비상식의 사회가 된 것은 사회 요소들 간의 변화 속도 차이 때문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변화 속도를 조절해야할 정부의 변화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것이다. 정치는 정부의 변화 속도보다 더 느리니 문제도 여간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느려터진 정치의 답답한 모습을 지난 주말에 싫증이 나도록 보았다. 교수 신문은 이미 2002년에 지금의 모습을 예단하기라도 하듯 이합집산(離合集散)이라는 사자성어를 내 놓았다. 국민들은 지난 일요일 생방송으로 “응답하라, 정치 2002년”을 보았다. 정말 우리는 언제까지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착각에 빠져 사는 정치인들의 코미디를 계속 봐야 할까.
문득 지난 2007년 서울 소재 대학교의 논술 문제가 생각난다. `지식정보화 시대에 우리 사회의 기업, 가족, 정부는 어떤 속도로 변화해야 하는가?` 여기에 학교와 정치를 넣어 문제를 다시 만들어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논술을 치르게 한다면 지금 우리사회의 문제들이 조금이나마 해결 될까.
어떠한 충돌이 되었던 충돌은 아프다. 하지만 기존의 것이 깨지지 않고는 새로운 것이 탄생할 수 없다. 아프더라도 우리는 충돌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변화를 막고 있는 모든 것들을 깨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변화는 없다. 변화 없는 우리에겐 희망은 절대 없다. 변화의 출발점은 “나”부터여야 한다는 당연함을 우리는 언제 즈음 깨달을까. 희망의 새해를 위해 필자는 2016년을 맞이하는 사자성어로 현두자고(懸頭刺股)를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