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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미술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

등록일 2015-12-04 02:01 게재일 2015-12-0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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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곤<br /><br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영국의 미술전문지 `아트뉴스페이퍼`가 몇 해 전 발표한 `2013 연간 미술관 관람객수`를 살펴보면 세계미술관 통계 부동의 1위인 파리 루브르박물관의 관람객수는 934만명이었으며, 런던 대영박물관이 670만명,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이 623만명 순이었다. 그중 눈에 띄는 결과로는 대만 국립고궁박물원이 아시아 소재로는 유일하게 7위에 올라 450만 관객수를 자랑했다. 유료관람객 전시에서는 1위를 기록한 대만 고궁박물관을 비롯해 이들 박물관·미술관이 경쟁력을 확보한 이유는 소장품에 기반을 둔 풍성한 볼거리 즉 콘텐츠의 경쟁력이었다. 그리고 10위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우리나라의 국립현대미술관의 관람객 수는 120만명이었으며, 외국인 관광객의 비중은 1만7천5백여명으로 1%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이러한 언론보도가 주는 시사점은 도시의 역사성과 도시 곳곳에 산재되어 있는 유물의 가치보다는 다채로운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문 전시공간과 체계적인 전시 프로그램이 우선적으로 개발되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구입과 수집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대 지방자치제가 실시되고 지자체 문화정책의 일환으로 공립미술관 설립이 늘어나게 됐다. 그리고 그 수는 현재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경주의 경우 올해 경주예술의전당 미술관과 솔거미술관이 개관해 새롭게 운영되고 있으며 기존 다양한 전시행사를 기획하고 있는 우양미술관과 함께 경주 미술관 문화의 새로운 르네상스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경주시가 운영하는 경주예술의전당 미술관과 솔거미술관의 구체적인 설립 목표는 각각 차별화된 미술관 성격 재정립을 통해 도시의 정체성과 장기적인 발전을 새롭게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차별화된 미술관 운영은 지역민뿐만 아니라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미술문화의 볼거리를 제공해 주며 효과적인 문화공간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이러한 시립미술관의 구체적인 설립목표 수립은 미술관의 소장품 관리정책에 기초를 두고 있다. 미술관은 화랑과 달리 소장품을 전제로 설립되고 운영되는 기관이므로 그 소장품의 성격과 질에 따라 미술관의 성격과 위상이 결정된다. 한국화가 소산 박대성의 기증 작품들이 주측이 된 솔거미술관과 경주와 경북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근대 작고작가들과 현대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소장되어질 경주예술의전당 미술관들은 차별화된 미술품 수집정책을 통해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처럼 고유성을 가진 소장품은 결과적으로 관람객에게 다양한 미술을 접할 기회를 마련해 줄 것이다. 현대미술관에서 소장품은 전시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전시는 소장품을 전제로 이뤄진다. 따라서 미술관의 수집정책과 전시정책은 따로 분리되어 수립되어서는 안되며 같은 맥락에서 균형 있게 추진돼야 할 것이다.

이처럼 미술관의 미술품 수집정책은 결국 21세기 예술의 한 단면을 담고 기록하는 문화정책으로 몇 세기가 지난 후엔 우리의 문화유산을 되돌아보게 해주는 또 다른 문화재가 되는 셈이다.

경주시는 현재 신라유물 발굴과 복원에 대부분의 문화예산을 집행해 오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신중하고 중·장기적인 문화정책을 수립한다면 세계 문화의 중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K-Culture를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남겨줄 수 있는 멋진 신라인들의 후예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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