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雪)은
기다림을 잊어버린 이에게
기다림을 깨닫게 해주었다
생애의 굳은 상처 위로
눈물샘을 흔들며 내려앉는
소복(素服)의 손님
이승을 그리워하는
하얀 그림자
그 보얀 속살을 밟으니
뽀드득
아, 살아있다는
소스침
내린 눈의 신선함을 바라보는 시인의 설레임을 엿볼 수 있다. 사십이라는 나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생의 중반을 향한 무게와 힘겨움이 내포되어 있으리라. 굳은 상처로 얼룩진 세월을 걸어왔듯이 이제는 저 순백의 눈길을 또 다른 희망과 결의로 건너가겠다는 다짐이 가만히 묻어나는 시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