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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문장

등록일 2015-12-02 02:01 게재일 2015-12-0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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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br /><br />시인·산자연중 교사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 교사

매듭달이다. 내어 줄 것을 다 내어준 자연에겐 “벌써”나 “이제”와 같은 수식어 따윈 없다. 시작과 맺음을 아는 자연은 조용히 새 봄을 밀어 올릴 내면의 힘을 기를 뿐이다. 하지만 내어놓는데 인색한 사람은 벌써와 이제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매듭달이 되었다고 호들갑이다.

사람들의 시작은 언제나 소란스럽다. 2015년 을미년의 시작 또한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청양 띠 해라고 야단이었다. 청양의 해는 청색의 긍정적이고 역동적인 이미지와 양의 순하고 평화로운 이미지가 잘 조화를 이루어 대한민국의 국운도 융성하고 국민들도 편안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정말 기원대로 되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역시 올 한 해도 국운은 전혀 융성하지 않았고, 국민들 또한 편하지 않았다.

아직 한 달이 남았지만, 지금까지 발생한 사건사고만 봐도 2015년 대한민국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알 수 있다. 연초부터 전 국민을 분노케 한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 갑질의 끝판인 땅콩리턴 사건, 대한민국을 바이러스 공화국으로 만든 메르스 광풍, 그리고 최근의 역사 교과서 논쟁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5년이었다.

국민안전처까지 만들었지만 여전히 안전 불감증에 의한 사고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고, 국민들의 마음을 한 마음으로 모아 경제 발전에 매진해야 할 국회는 자기들 잇속 챙기기에 바빠 오히려 국민들을 분열시키기에 바쁘고, 그러다 보니 경제는 계속 뒷걸음질만 치고 있고, 국민들의 고통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신바람 나게 일해도 시원찮을 청년들은 실업의 늪에 빠져 헤어나질 못하고, 암울도 이런 암울은 없다. 이 암울의 터널에서 우리는 언제 즈음 벗어날 수 있을지. 마음 아픈 것은 우리에겐 희망의 빛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 왜 우리는 사건 사고가 많은 칠흑 같은 암울에서 살 수밖에 없을까. 그건 한쪽만 보고 살았고, 또 살기 때문이다. 한쪽으로 치우친 삶은 필연적으로 기형적인 삶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그런 기형적인 사회가 되어가고 있으며, 그 고통은 고스란히 우리 국민들이 다 받고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허리 한 번 제대로 펼 수 없는 사회가 바로 이 사회다.

그럼 우리에겐 방법이 없을까. 누구나 균형 잡힌 사회에서 행복을 누리며 살기를 바란다. 이런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그건 바로 집기양단(執其兩端)의 방법이다. 집기양단은 중용과 논어에 나오는 말인데 내용을 잠시 보면 다음과 같다.

“子曰 舜 其大知也與(자왈 순 기대지야여) / 舜 好問而好察邇言 隱惡而揚善(순 호문이호찰이언 은악이양선) / 執其兩端 用其中於民(집기양단 용기중어민)”

공자가 말했다. 순임금은 정말로 큰 지혜를 가지신 분이다. 순임금은 묻기를 좋아하셨고 일상적인 말도 살피기를 좋아하셨다. 남의 악한 바는 숨겨주셨고 남의 좋은 바는 드러내 주셨다. 그 양쪽 끝을 잡고 그 중간을 백성을 위해 사용하셨다.(중용 6장)

끝과 끝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 너무도 잘 맞는 말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한 쪽만 선택하기를 강요받으며 살았다. 때론 내 쪽만 강요하며 살았다. 그 결과는 끔찍한 사건 사고, 그리고 불신과 분열이었다. 우리는 더 이상 그렇게 살 수는 없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우리의 마음은 더 바빠질 것이다. 바쁠수록 돌아가란 말도 있듯이 한해를 마무리해야 할 지금 우리는 더 침착해져야 한다. 마무리가 잘 되어야 새로운 시작도 잘할 수 있다. 지금부터 12월에 해야 할 목록을 작성해 보자. 그 목록에는 더 이상 시기, 질투, 분열을 일으키는 단어들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들 단어 대신 나눔, 사랑, 희망 등의 말로 12월 목록을 채워보자. 그리고 그것을 꼭 실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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