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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문화정책의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며

등록일 2015-11-26 02:01 게재일 2015-11-2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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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곤<br /><br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지난 주말 경주미술협회가 주관해 진행한 세미나에 발제자로 참석해 달라는 제의를 받고 경주를 다녀왔다. 봄, 가을 나들이로 즐겨 찾던 경주지만 막상 경주의 문화예술 정책에 관련해 심도 있게 제언해야 하는 자리이기에 사뭇 부담감이 앞선 자리였다.

경주미술협회가 이번 세미나를 마련한 취지는 솔거미술관 개관에 즈음해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문화지원 정책이 경주시로 부터 이뤄지고 지역출신 예술인들에 대한 재조명 사업과 미술품 수집사업이 함께 반영되기를 촉구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예로부터 경주는 신라인의 숨결이 도시 곳곳에서 느끼지는 역사의 도시이며, 수많은 문화유산을 통해 우리나라의 고대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왕국의 도시로 익히 잘 알려져 있다. 도시전체가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문화적 경쟁력은 어느 도시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992년간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의 역사는 곧 신라의 역사인 셈이다. 경주의 곳곳에는 찬란했던 신라인들의 예술과 풍류, 멋이 어우러진 다양한 건축물과 공예품, 생활용품들이 산재해 있으며 이러한 문화유산들은 경주를 우리나라 최고의 관광도시로 성장시켜 왔다. 천년고도의 문화를 관광 상품으로 개발한 경주는 도시의 경쟁력은 물론이고 국가 간 교류에 있어서도 우리민족의 역사와 우수한 문화를 소개하는 중요한 콘텐츠가 되고 있다. 결국 옛 신라인들의 창의적인 전통문화가 오늘날 국제사회에 있어 우리나라의 절대적인 경쟁력이 되는 셈이다. 이는 곧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의미로 재해석 할 수 있다. 한국문화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간직해온 경주의 문화유산은 조선후기 봉건사회의 몰락과 서구 열강들의 세력다툼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19세기 개방정책과 일제식민지라는 굴욕의 시대를 겪으며 관광자원으로 개발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 됐다. 신라인들의 창의적이고 섬세한 예술정신이 온전히 녹아있는 미적가치에 대한 평가는 뒷전이고 식민지 문화의 수탈정책에서 비롯된 도시의 무분별한 개발이 이루어진 셈이 되고 말았다. 우리민족의 문화적 정체성과 훌륭한 미적 가치관을 철저히 무시하고 진행했던 식민지 문화정책의 모순점을 고스란히 지닌 셈이다.

예나 지금이나 예술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하는 문화는 삶의 총체이다. 8세기 신라중기 왕권의 절대적 안정 속에서 제작되어졌던 석굴암, 불국사, 범종, 탑 등 불교미술의 결정체 역시 신라인들의 삶의 한부분이었으며,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절대적 원천이 됐다. 그리고 천년이 지난 현재는 지식, 정보 그리고 문화 창조력이 국가의 미래를 창조하며 지식기반 사회로 진입하게 하는 새로운 콘텐츠로 부각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지식기반 사회에서 문화와 정보는 곧 국가경쟁력의 원천이 된다. 다시 말해 지식기반 사회 형성에 있어 창의성을 주체로 하는 문화예술의 영역과 문화 창조력은 정보와 함께 문화예술의 양적확대는 물론이고 창조적 콘텐츠의 생산으로 이어져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이는 다변화 되어가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전통문화와 현대의 지식, 정보가 한데 어우러지는 새로운 문화정책을 수립하는 능동적인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와 정책적 변화를 누구보다 먼저 알고 있는 경주미술인들기에 이러한 세미나를 통한 새로운 문화정책과 대안은 분명 경주를 변화시키는 자그마한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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