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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의 복권(復權)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5-11-17 02:01 게재일 2015-11-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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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구조물 전문가 에펠은 파리 만국박람회 기념물로 철탑을 세우려 했지만 반대론이 빗발쳤다. “이 아름다운 파리에 철탑이라니….” 문화계가 극렬히 반대했고, 특히 소설가 모파상은 “그 재수 없는 물건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이사 가겠다”고 했다.

에펠은 “라디오 송전탑으로 사용하다가 20년 후 철거하겠다”는 조건으로 공사를 시작했다. 그 에펠탑은 오늘날 “모나리자와 에펠탑 중 하나를 내놓아야 한다면, 모나리자를….”이라 할 정도의 `국가브랜드`가 돼 있다.

모파상은 “철탑이 보이지 않는 곳은 탑 아랫동네” 라면서 에펠탑 바로 옆으로 이사를 했다.

우리 속담에 “침 뱉고 돌아선 샘물 다시 마신다”고 했고, “석산에 외도끼도 쓰일데가 있다” “눈 먼 자식이 임종한다”란 속담도 있다. `막말` 하지 말라는 뜻이다. “남과 원수를 맺지 말라. 인생이 어디서든 만나지 않으랴.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면 피하기 어렵다”란 명심보감의 말씀도 있다.

`4대강`은 저주받은 이름이었다. 독일에서 `나치 히틀러`가 금기어로 돼 있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정부 공식문서에 4대강이란 표현은 보이지 않는다. “부형(父兄)을 부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의 처지와 닮았다. 2009년 민주노동당은 “4대강 사업은 단군 이래 최악의 토건사업이며, 최대의 사기극이 틀림 없다”고 했고, 민주당 소속 시·도지사들은 “4대강은 세금 먹는 블랙홀이자 생명 파괴 사업”이라 했고, 박지원 의원은 2013년 국감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기극`이므로, 형사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손학규 당시 민주당 재보선 후보는 “하천 범람과 제방 붕괴로 이어지는 대재앙을 막아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다가 최근 가뭄이 극심해지자, 정부·여당이 대책을 내놨는데, `4대강 봇물을 끌어다 쓰는 도수관로 공사`가 대책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4대강 없었으면 어쩔뻔 했나. 정치하는 사람들이야 본래 `악담·막말 선수`들이지만, 정부·여당까지 한치 앞을 못 보고 `부평초`처럼 흔들리는 꼴이 한심스럽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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