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전 세계를 슬픔에 빠뜨린 비보(悲報)가 프랑스에서 전해졌다. 무고(無辜)한 희생이라 그 슬픔은 더 크다. 극장, 음식점, 축구 경기장 등 6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테러. 마른하늘의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은 없을 것이다. 세계 정상들은 한 목소리로 이번 테러를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테러를 막기 위한 전 세계적 공조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하루 빨리 어떤 형태로든지 테러 방지를 위한 실효성 높은 정책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전 세계가 프랑스 테러를 보면서 슬퍼했다면, 대한민국 국민들은 주말에 일어난 대규모 시위를 보면서 슬퍼했을 것이다. 쇠 파이프가 등장하고 또 경찰차를 밧줄로 끌어내고 이를 막기 위해 경찰은 물대포로 맞대응하고 솔직히 필자는 프랑스의 아픔보다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시위 사태를 보고 더 마음이 아팠다. 정말 총칼만 안 들었지 전쟁도 저런 전쟁은 없다 싶었다. 왜 우리는 저렇게 서로를 향해 싸우고 싸워야 하는지, 정말 무엇을 위한 싸움인지.
도대체 경찰들은 또 무슨 잘못이 있는지, 아니래도 힘든 그들을 왜 저토록 처참히 짓밟는지, 이유 없는 무덤이야 없다고는 하지만 저건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에 뉴스를 끄고 말았다. 하지만 경찰차를 끌어내려 힘을 모아 줄을 당기는 사람들의 살기어린 모습이 계속 떠올라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도대체 저들이 저토록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민중총궐기대회`이름만으로도 소름이 돋는 시위 장면을 생각하면 필자는 아직도 가슴이 먹먹하다.
다들 자기만 옳고 다른 사람들은 틀렸다고 싸우고 있는 대한민국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테러 집단에 의해 무고하게 죽어간 넋들을 애도할 여유가 없다. 어떻게 이러고서야 이 나라를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경제에서 말하는 숫자로는 선진국일지도 모르겠지만 국민성(國民性)을 수치로 나타낼 수만 있다면 이 나라는 분명 후진국임에 틀림없다.
물론 필자의 이런 생각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영화에서 여배우가 한 말인 “너나 잘 하세요!”라는 말을 성대모사하며 빈정거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국민성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한 국가의 성원에게 공통되는 인성 및 행동양식` 과연 우리나라 국민들의 인성과 행동양식을 점수로 환산한다면 몇 점이나 될까. 아니면 “대한민국 국민들의 인성과 행동양식에 대해 서술하시오”라는 서술형 평가를 낸다면 과연 어떤 답이 나올까. 속단 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냄비근성, 틀림 신봉(信奉)증, 시기(猜忌), 시샘, 질투, 억지, 허영 등의 말들이 분명 공통적으로 나올 것이다.
프랑스 테러, 대한민국 주말 집회의 공통점은 폭력이다. 폭력(暴力)은 어떤 이유에서든지 용서가 되지 않는다. 폭력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소통부재다. 소통의 부재는 오로지 자신만이 옳고 다른 사람들은 틀렸다는 극단적인 이기심에서 온다. 이번 프랑스 테러에서도 괴한들은 자신들과 종교가 다른 사람과 프랑스인들을 살해 대상으로 삼았다고 한다. 주말 시위대 역시 마찬가지다. 제대로 된 소통 없이 오로지 밀어붙이기식 행동이 큰 피해를 낳았다.
언제까지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는 더 과격해지고 더 악랄해지고 있는 폭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해해만 할까. 진정 답은 없을까. 물론 답이 없지는 않다. 폭력이 소통의 단절에서는 오는 것이라면 소통을 하면 된다. 최근 대화와 관련된 책들이 홍수를 이루는 것도 대화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소통을 하자. 그러기에 앞서 학생들에게만 역지사지(易地思之) 정신을 강요하지 말고 대화의 기본인 역지사지를 우리부터 실천하자.